'술 적당히 마시면 혈액순환도 잘 되고 몸에 좋다'

애주가들이 즐겨하는 이 말을 혹시 의심해본 적은 없으신가요?

성인 남성의 하루 적정 음주량은 소주 90cc(2잔), 와인 150cc(1잔) 그리고 맥주 320cc(1캔)입니다.

SBS 취재진이 주량이 소주 한 병인 건강한 30대 남성에게 하루 권장량의 술을 천천히 마시게 했습니다. 적정 음주량 섭취 후 적외선 체열 카메라로 찍어봤지만 아무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심장 박동수는 분당 76회에서 108회까지 빨라졌습니다.

■ 애주가들의 영원한 핑계…적당한 음주는 심장에 좋다?

하루 적정 음주량 정도만 마시면 혈관을 활력 있게 만들어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심장병과 뇌졸중 사망률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술을 적당히 섭취하면, 심장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는 학계에서 자주 등장해왔습니다.

적정량의 알코올 섭취가 혈액에 좋은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HDL이라는 성분을 높이기 때문입니다. 펜실베니아주립대학 연구팀이 평균 연령 49세의 성인 8만 81명을 분석한 결과 하루 2잔까지 적당히 술을 마시는 사람이 전혀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이나 과도하게 마시는 사람보다 HDL 저하 속도가 느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HDL 콜레스테롤은 혈액 내에서 40mg/dL 이상 유지돼야 혈관 건강에 이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HDL 콜레스테롤이 1mg/dL 감소할 때마다 심장 질환의 발병 위험이 2%씩 증가한다는 미국 월포드 홀 육군 메디컬센터의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 음주가 건강에 좋다는 연구 파헤쳐보니

그런데 기존 연구를 뒤집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캐나다 빅토리아 대학교 연구팀은 적당한 음주가 건강에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고 주장한 논문을 모아 다시 검토했습니다. 그 결과 이들 연구에서 표본으로 선택한 사람들을 분석했더니 문제가 있었습니다.

술을 전혀 안 마신다는 사람 중에는 술을 마셨다가 건강이 나빠져서 끊은 사람 상당수가 포함돼 있었습니다. 연구 표본에서 55세 이상의 '비음주자'는 건강이 좋지 않아 알코올 섭취를 중단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쉽게 말해서 이미 술을 끊은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과 적당히 술을 마신 '건강한 사람'이 비교 대상으로 선택돼 결과가 편향됐다는 겁니다.

연구팀이 이들을 빼고 다시 분석해봤더니 일주일에 1잔 미만으로 마시는 사람들의 사망률이 가장 낮게 나타났습니다. 표본을 수정한 연구결과 술은 거의 마시지 않는 사람이 가장 건강하다는 결과가 도출된 겁니다.

■ '표본의 오류'로 밝혀진 기존의 연구들

이처럼 적당한 음주와 관련된 연구 결과의 '표본 오류'를 지적한 사례는 또 있습니다. 호주 국립약물연구소 알코올정책연구팀이 발표된 90가지 연구결과를 분석했더니 술을 소량으로 마시는 사람이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오래 산다는 연구에도 오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의 표본에 병에 걸려 금주하는 사람이 포함돼 있던 겁니다. 연구팀은 "이미 술을 마셔 병에 걸렸던 사람은 조기 사망할 가능성이 더 크다"며 "이 때문에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적당히 마시는 사람이 더 오래 산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분해 효소 적은 한국인 더욱 유의해야

숙취는 '아세트알데히드'라는 성분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한국인의 40%는 유전적으로 아세트알데히드 분해효소인 'ALDH(아세트알데히드 탈수소효소)'가 매우 적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이처럼 적정량의 음주라 해도 체질에 따라 알코올 분해 능력에 차이가 있고 술이 약한 사람에게는 더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유의해야 합니다.(sbs, 2017년 6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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