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2일~6월12일. 서울 방이동의 올림픽공원에는 대기오염물질과 농도를 측정하는 국내 주요장비가 총출동했다. 하늘에선 미 항공우주국(NASA)의 연구용 항공기 ‘DC-8’가 공원 상공을 지그재그로 샅샅이 훑었다. 우주에선 한국의 천리안위성, 미국의 GOCI, MODIS, VIRS, MOPITT, OMI가 올림픽공원 지점의 오염물질 관측값을 전송했다. 땅·하늘·우주에서의 입체적 연구조사가 이뤄진 이유는 단 한 가지, 미세먼지와 오존 생성과정을 밝히기 위해서였다.

한국 정부와 미 항공우주국(NASA)이 합동으로 수행한 ‘한·미 협력 국내 대기질 공동 조사(KORUS-AQ)’결과 일부가 19일 공개됐다. 환경부와 국립환경원, NASA는 조사기간 동안 한국에서 발생한 초미세먼지(PM2.5)의 52%는 국내에서 생성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머지 중에서 32%는 중국내륙에서, 9%는 북한에서 생겨난 것으로 조사됐다. 초미세먼지 국내생성과 고농도 오존발생에 큰 영향을 주는 물질로는 휘발성유기화합물과 질소산화물이 지목됐다. 두 화학물질을 줄이려는 노력만 해도 미세먼지·오존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NASA 연구비만 3000억원

이번 공동조사에 NASA가 쏟아부은 연구비는 2500만달러(약 3000억원) 정도다. 한국은 약 56억원을 썼다. 한국보다 미국이 투입한 돈이 압도적으로 많다. NASA가 첨단장비들을 총동원하고 거액을 써가면서 한국의 미세먼지와 오존을 연구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미국 환경위성의 관측 정확성을 강화하기 위한 연구대상으로 한국이 적합했기 때문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안준영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에서 NASA의 첫번째 목표는 위성에서 전송된 자료를 항공기 관측치, 지상 관측치와 비교·대조해 위성자료분석 알고리즘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면서 “이를테면 구름량을 비롯한 기상상황이 대기오염 관측 결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등을 더 정확히 확인하려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협력 국내 대기질 공동조사’에서 활용된 환경위성은 6개나 된다. 그중 GOCI, MODIS, VIRS, MOPITT, OMI는 미국의 환경위성이고 나머지 하나는 한국의 기상위성인 천리안위성의 해양탑재체(GOCI)다. 대기환경학회장을 지내고 이번 공동연구에 잠시 참여했던 김동술 경희대 교수는 “위성에서는 빛을 쏴 지구 지표면의 대기오염물질을 확인하는데, 위성과 지표면 사이에 쌓여 있는 오염물질이 모두 기록되기 때문에 실제 지표면과 대기에서 관측된 오염물질 농도와는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다”면서 “미국은 환경위성 관측의 정확도를 높이려고 계속 노력해왔고 한국 연구도 그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이 ‘낙점’된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한국의 대기오염이 심각해서다. 지형적 요인과 수도권 과밀화도 한몫 했다. 안 연구위원은 “NASA 입장에서는 대기오염물질이 많으면서 수시로 농도가 바뀌고, 그러면서도 다른 지역으로부터 분리된 곳이 적합했다”면서 “한국은 대기오염이 심한데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고 설명했다. 5~6월은 중국발 미세먼지가 덜한 시점, 즉 자체적으로 미세먼지가 생성되는 시점이었던 것도 있다. 그는 “수도권에 주거지가 몰려 있어 오염원이 집중돼 있는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대형 연구용 항공기 DC-8까지 동원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김동술 교수는 “위성-항공-지표면의 관측값이 층층이 쌓여야 더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미국은 DC-8의 위아래, 즉 위성 방향과 지표면 방향으로 모두 라이다를 펼쳐서 기록값을 얻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이다’는 대기 위아래에 산재하는 오염물질을 층별로 나눠 보여준다.

■직경 1㎛이하 미세먼지 4분의3은 국내에서 발생

그렇게 해서 얻어낸 결과는 예상과 비슷했다. 이 기간 한국의 초미세먼지(PM2.5) 절반은 국내에서 생성됐다. 국외에서 넘어온 미세먼지와 별개로, 국내 대기중에서 휘발성유기화합물과 질소산화물 등이 결합돼 2차적으로 생성된 미세먼지가 많다는 뜻이다. 이 물질들은 또 인체에 악영향을 끼치는 대기권 내 오존의 농도도 강화시켰다.

이런 원리는 학계에선 상식이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특정 기간 발생한 미세먼지의 원인지역이 수치로 파악되고, 초미세먼지(PM2.5) 중에서도 아주 작은 직경1㎛이하(PM1) 물질들의 4분의3이 국내에서 만들어진다는 점 등 구체적인 연구결과가 나왔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또한 휘발성유기화합물 중에서도 톨루엔이 특히 오존농도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은 2019년까지 조사결과를 계속 분석할 계획이다.

이처럼 국내 대기에서 만들어지는 초미세먼지 양이 많은데, 주원인인 화학물질 관리는 부실한 형편이다. 휘발성유기화합물은 대기 중에 가스형태로 배출되는 탄화수소류를 뜻한다. 주로 페인트, 석유화학제품, 휘발유 등에서 나온다. 질소산화물은 주로 내연기관 자동차와 산업단지, 사업장, 소각장 등에서 나온다. 이런 배출원들을 관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부는 이날 조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질소산화물과 휘발성유기화합물 배출량이 정부가 그동안 파악한 것보다 많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실토했다. 특히 “충남 대산 화학단지 상공의 항공관측 결과, 이 지역의 휘발성유기화합물 배출량을 과소평가해온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휘발성유기화합물은 100종류가 넘는데 한국은 그중 25종만 관측하는 데다가 관리대상인 사업장도 매우 한정돼 있다”면서 “어디서 얼마나 나오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빨리 오염원 조사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경향신문, 2017년 7월 19일)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