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주택가격이 고령화 문제로 급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 금융안정국의 오강현·안상기·권동휘 과장과 김솔·윤재준 조사역은 26일 '인구 고령화가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인구 고령화 진전은 중장기적으로 주택수요 증가세를 둔화시킬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정도는 매우 완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장기간 하락한 일본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주택가격의 급격한 조정 가능성이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실증분석 결과, 우리나라 주택수요는 2016년부터 2035년까지 20년 사이에 29.1% 늘고 연간 증가율은 2016∼2020년 1.7%에서 2031∼2035년 0.8%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일본은 1991∼1992년 부동산 버블(거품)이 붕괴된 이후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중 하락, '단카이(團塊)세대'(1947~1949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 은퇴 등 인구구조 변화로 주택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1992년부터 2016년까지 주택가격의 누적 하락률은 약 53%나 된다.

우리나라도 올해부터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택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보고서는 우리나라가 자산가격 상승률, 주택공급방식, 아파트 거래 비중 등에서 일본과 차이점이 크다고 진단했다.

일본은 1980년대 후반 금리 인하 등에 힘입어 경제가 호조를 보였고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다.

1986∼1990년 도쿄 등 6개 대도시의 주택지가 상승률은 연평균 22.1%나 됐고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 저금리 기조 등으로 자산가격이 크게 올랐다.

반면 우리나라는 저금리 기조로 가계대출이 빠르게 늘었지만, 자산가격 상승률이 버블 당시 일본보다 낮은 수준이다.

또 일본에서는 부동산 거품이 꺼진 뒤에도 1990년대 중반까지 5∼6년 동안 임대주택 등 주택공급이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는 주택공급방식이 대규모 택지개발에서 기존 주거지를 재건축·재개발하는 등 정비사업으로 변하고 있어 공급과잉이 장기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또 우리나라는 유동성이 높은 아파트 거주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주택매매가 활발한 편이다.

2015년 우리나라 주택에서 아파트 비중은 59.9%다. 일본에서 거품이 붕괴하기 전인 1988년 30.5%보다 훨씬 높다.

아파트는 거주 편의성과 높은 유동성으로 매매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고령화 진전으로 중소형 주택에 대한 수요 증가, 월세 선호 현상은 이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고령 1∼2인 가구가 늘고 은퇴 후 주택자산 유동화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이들의 선호에 부합하는 중소형 주택 및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서울 지역의 주택규모별 신규 분양물량 비중을 보면 중소형(전용면적 85㎡ 이하)이 92.7%로 2012년(49.0%)보다 크게 높아졌다.

아울러 보고서는 "다주택 보유자를 중심으로 월세 임대를 통해 안정적 현금 흐름을 추구할 유인이 높아진 가운데 청년 가구의 임차수요 등으로 월세 중심의 임대차시장 변화 추세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저성장·저금리 시대를 맞아 수익성이 높은 투자처를 찾기 어려웠고 월세 임대를 선호하는 현상이 강해졌다.

고령화가 심화하면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은 지방을 중심으로 노후주택에서 빈집이 늘어날 우려가 있다.

2015년 현재 우리나라의 빈집은 106만9천 채로 전체 주택의 6.5% 수준이다.

특히 재건축 연한(준공 후 30년)이 도래하는 노후 아파트가 2025년까지 많이 늘어날 전망이다.

보고서는 고령층을 위한 주택연금을 활성화하고 공공임대주택 확충으로 청년층과 저소득층을 지원하며 빈집 활용 등 재고주택 관리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연합뉴스, 2017년 7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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