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일전쟁 때 침몰한 돈스코이함
일제 때 일본인들 보물 찾기 열풍
99년엔 동아건설 인양 나섰다 중단
주가 급등·폭락 .. 투자자 손실
당시 임원이 만든 건설사가 재시도

1905년 러일전쟁 당시 울릉도 앞바다에 침몰한 러시아 선박의 인양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현재 가치로 150조원으로 추정되는 금화·금괴 5000상자와 함께 침몰됐다고 전해지는 6200t급 순양함 ‘드미트리 돈스코이’ 이야기다. 2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에 본사를 둔 건설업체 신일광채그룹은 최근 ‘드미트리 돈스코이함’ 인양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 전쟁영웅 드미트리 돈스코이(1350~1389) 대공의 이름을 딴 이 배는 1905년 5월 29일 일본 함대의 포위를 뚫고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하다 울릉도 앞바다 70㎞ 해상에서 다시 포위됐다. 당시 돈스코이함 함장은 배를 일본 해군에 넘겨줄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울릉도 동쪽 앞바다로 최대한 배를 이동시킨 뒤 160여 명의 선원에게 해변으로 가라고 명령하고 배수판을 열어 배를 고의로 침몰시켰다.

돈스코이함이 ‘보물선’으로 불리는 이유는 당시 러시아 발트함대가 상당량의 금화·금괴·골동품을 배에 싣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당시 함대는 기술적 한계 탓에 연료와 식수·보급품 등을 중간중간 항구에서 구매하는 방식으로 원거리 항해를 했다. 여기에 장병들에게 임금도 지급해야 했기에 배에 금화·금괴 등을 실었다고 한다.

112년 전 침몰한 ‘보물선’ 이야기가 다시 주목받는 것은 국내 건설업체 신일광채그룹이 돈스코이함 인양사업에 나서면서다. 이 업체는 아예 돈스코이함 인양사업을 회사의 비전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 그룹은 최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돈스코이함은 해양수산부도 그 존재를 인정하는 실존하는 보물선이다. 반드시 보물선 돈스코이함을 인양해 세상에 그 존재를 보여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일광채그룹 측은 ‘돈스코이함은 1999년 동아그룹이 사업비 70억원 중 27억원을 들여 탐사해 울릉도 앞바다에서 발견했다’며 ‘금괴와 금화가 없다면 당시 러시아 정부가 소유권을 주장하지도, 주장할 이유도 없었다. 금괴와 금화가 진짜 존재하기 때문에 소유권을 주장했던 것’이라고 했다.

돈스코이함 인양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일본은 1916년 처음으로 돈스코이함 인양사업을 시작한 후 수십 년간 도전해 왔다. 1932년 11월 미 뉴욕타임스에 실린 ‘보물선을 사냥하는 일본’이라는 기사에도 이런 상황이 그려졌다. 국내에선 1981년 도진실업이라는 회사가 돈스코이함 인양을 시도한 것이 최초다. 도진실업은 당시 매장물 발굴 허가를 얻어 탐사를 시도했다. 하지만 당시 기술로는 한계가 있어 돈스코이함을 발견하는 데 실패했다.

이어 인양사업에 뛰어든 곳은 1998년 외환위기로 위기에 처했던 동아건설이었다. 동아건설은 쓰러져 가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사활을 걸고 인양사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거듭된 실패 끝에 2000년 12월 보물선 실체가 확인됐다고 알려지면서 당시 동아건설 주가는 급등했다.

하지만 동아건설은 실체를 확인했다던 돈스코이함을 인양하지 못했다. 탐사를 통해 확인한 선박이 돈스코이함인지 알 수 없다는 반론도 나왔다. 결국 주가가 떨어지며 동아건설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해를 봤다. 이듬해인 2001년 3월 9일 서울지법은 동아건설 파산을 결정했다.

최근 다시 돈스코이함 인양에 나선 신일광채그룹은 동아건설 전 임원들이 2015년 6월에 세웠다. 홍건표(57) 신일광채그룹 회장은 동아건설 회생본부장 출신이다. 현재 주력 기업은 건설사인 신일유토빌이다. STX중공업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보물선 인양 추진에 대해 신일광채그룹이 회사 이름을 일반에게 알리고 투자자를 끌어모으기 위한 수단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신일광채그룹 관계자는 중앙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돈스코이함의 침몰과 금괴 보관은 역사적 사실”이라며 “20여 년 전엔 탐사에 나섰다가 중단했지만 이번에는 중단 없이 끝까지 탐사해 보물선 인양에 성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2017년 9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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