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서 솟은 제천 보덕굴 역고드름

 

죽순처럼 땅에서 솟는 '역(逆)고드름(솟는고드름)'이 신기함을 더 한다.
충북 제천시 덕산면 수산1리 월악산 대한불교조계종 선학원의 작은 사찰 보덕암(寶德庵)에는 '보덕굴'이란 별칭이 붙은 석회암 자연동굴 '왕리굴(王利窟)'이 있다.
요즘처럼 한겨울 맹추위가 기승을 부릴 때면 이 동굴은 사진작가들의 작품 배경이 된다.
30일 보덕암 뒤편으로 50m쯤 돌아가서 바위산 아래에 있는 이 보덕굴에는 위에서 매달리는 고드름이 아닌 땅에서 솟아오른 역고드름이 신선을 사로잡았다.
눈썹 같기도 하고 초승달 모양처럼 생긴 동굴 안에는 역고드름 100여 개가 땅바닥에서 위로 솟았다.
지름이 5㎝ 안팎에 높은 것은 60~70㎝에 이른다.
석굴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면서 고드름이 생기고 땅속에서 얼음이 솟아오른다.
석굴 깊이가 깊지 않고 온도 차이가 나지 않아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면서 계속 얼음이 언다.
보덕암 주지 적인(寂仁) 스님은 "요즘처럼 한겨울에 10여 일가량 맹추위가 몰아치고 눈이 내리면 역고드름이 생긴다"며 "이맘때면 사진작가 등의 문의 전화가 부쩍 늘어난다"고 말했다.

 

제천 보덕굴은 1970년대 북한 무장간첩 침투로 막혔다가 1986년 보덕암 대웅전 신축과 함께 개방됐다.
보덕굴 안에는 관세음보살좌상을 안치했고 멀리 충주의 산하도 볼 수 있다.
석굴 입구에는 1988년 주조된 작은 동종이 있고, 석굴 앞에는 장타원형 연못이 있다.
보덕암은 신라시대 왕리조사(王利祖師)가 수행한 보덕굴에서 비롯했고 이곳에 1918년 보덕암을 축조했다고 전한다.
한자로 '승빙(乘氷)'이라고도 하는 역고드름은 이곳과 경기도 연천군 신서면 고대산 자락의 경원선 폐터널 등 흔하지 않다.
이 폐터널은 일제강점기 용산과 원산을 잇는 공사로 진행됐다가 일본의 패망으로 공사가 중단됐다.
이후 6·25전쟁 때는 북한군이 탄약창고로 사용하면서 미군의 폭격을 받아 터널 위쪽에 생긴 틈과 독특한 자연현상이 맞물리면서 역고드름이 생겼다.
한국에서는 1928년 전북 진안군 마이산 은수사에서 역고드름이 처음으로 관측한 기록이 있다.

한국기상학회 연구논문 '솟는 고드름의 형성 원리'(변희룡·윤마병·심재면·김가빈·권상훈·권희내·김진아)에 따르면 역고드름은 물이 자연 상태에서 중력을 거슬러 위로 솟아오르면서 얼어서 얼음기둥을 형성한다.
은수사는 타포니 지형의 큰 바위 산 아래 계곡 속에 위치한 것과 깊은 연관이 있다.
타포니 지형에 젖은 빗물이 증발하거나 응결하면서 잠열을 소모하거나 방출하는데 계곡 내 온·습도가 그 영향을 받아 빙점에 가까우면 자주 생긴다고 한다.
서강대 화학과 이덕환 교수도 한국기상학회 연구논문 '거꾸로 솟는 고드름의 정체'에서 "지표면 바로 밑에서 생기기 시작한 얼음은 땅속 더 깊은 곳에 있는 수분을 끌어올려서 점점 더 커지고, 그렇게 만들어진 얼음 부피는 더 늘어나서 위로 솟아오른다"고 설명한다.(뉴시스, 2018년 2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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