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로 年12조 이익 내더니, 탈원전에 2분기 연속 적자

한국전력공사가 '탈(脫)원전 쇼크'로 작년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까지 2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전기료는 그대로지만 국제 유가 급등으로 LNG 와 석탄 등 원료비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이유는 발전 단가가 가장 싼 원전이 놀고 있는 점이다.

 

韓電의 한숨.. 유가 뛰는데 원전 8기는 놀고 있다.jpg

탈원전 정책을 펴고 있는 문재인 정부는 계획 예방 정비 등을 위해 현재 원전 24기 중 3분의 1인 8기의 가동을 중지해 놓은 상태다. 정치적 논리가 경제 법칙을 압도하면서 생긴 적자를 지금까진 한전이 부담하고 있지만,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해 12조 이익 나던 한전, '적자 늪'으로

한전은 올 1~3월 1276억원의 영업손실(연결 재무제표 기준)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도 2505억원에 달했다. 한전은 작년 4분기에도 1294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한전이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은 5년 반 만에 처음이다.

한전은 2년 전까지만 해도 돈방석에 앉아 있었다. 2015년 영업이익 11조원을 넘겼고, 서울 삼성동 사옥을 현대차에 매각해 받은 10조5500억원이 반영되면서 당기순익은 13조원에 달했다. 이듬해에도 영업이익은 12조원, 당기순익은 7조원이 넘었다.

당시 한전의 천문학적 이익은 저유가에 동조해 움직인 발전 원료 가격 하락 덕분이었다. 2014년 연평균 92달러를 넘었던 국제 유가(WTI·서부 텍사스산 중질유)가 2015년에 48달러, 2016년엔 43달러로 급락하면서 한전은 가만있어도 이익이 늘어났다. 전기를 생산하는 주원료인 LNG(액화천연가스)와 석탄 가격이 국제 유가 하락에 따라 덩달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유가가 오르면서 상황은 돌변했다. 2017년 3분기 배럴당 48달러였던 국제 유가가 4분기에 55달러로 오르면서 한전의 영업이익은 연 1조44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올 들어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 올 1분기 국제 유가는 평균 62달러로 더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전문가들은 2분기에도 한전의 실적 악화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이 이란 핵협정을 파기하는 등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가 치솟고 있고, 내년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LNG 가격 상승에 따라 정부는 이미 이달 1일부터 일부 도시가스 요금을 0.2~ 3.2% 인상했다.

값싼 원자력발전 비중은 오히려 줄여

정부는 누구나 아는 경제 원칙과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3대 원료 중 원가가 급상승한 LNG와 석탄의 발전 비중은 늘리고 가장 값싼 원료인 원자력발전 비중은 줄이고 있다. 전기 1kWh를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은 원자력이 66원(올 1분기 기준)으로, 석탄 90원, LNG 125원에 비해 훨씬 싸다.

반면 원전은 전체 24기 중 8기가 정비 등을 이유로 가동 중단 상태다. 작년 5월 가동 중단된 원전 2기가 1년 가까이 멈춰 있다. 올 들어 추가로 6개가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가 전력 생산을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2016년 전체 전력 생산의 29%를 차지했던 원전은 작년엔 26%로, 올 1분기엔 18%로 비중이 줄어들었다.

정비를 1년 동안 하는 것이나 전체 원전의 3분의 1을 동시에 정비하는 건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는 15일 "탈원전 정책 때문이 아니라, 과거부터 누적된 원전 안전 관리상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보통 원전 예방정비는 두 달 안에 끝난다"며 "탈원전 정책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LNG 발전 비중은 2016년과 2017년 23%에서 올 1분기엔 30%로 급증했다. 석탄 역시 2016년 39.8%에서 작년에 43.1%, 올 1분기 43.4%로 늘었다. 값싼 원료 대신 비싼 원료로 전기를 생산하다 보니 한전의 적자는 쌓여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전의 발전 비용은 올 1분기 10조3132억원으로 작년 1분기 대비 2조1921억원(27%) 증가했다.

문제는 정부의 고집이 결국 국민 손실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정부의 정치 논리가 수요 공급 법칙을 거스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당장은 한전이 손실을 떠안고 있지만, 향후 유가 상승이 이어지면 결국 정부가 전기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조선일보, 2018년 5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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