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란산 수입 중단 요구…국내 업계 영향은

비중 1.2% 불과한 미국산, 수송거리 멀고 경제성 낮아, 수입 늘리기엔 부담 적잖아,  이란산 대부분은 초경질유,  석유화학 제품 원료로 사용, 품질 등 고려 대안 만만찮아

미국이 한국·일본 등 동맹국들을 상대로 이란산 원유 수입 전면 중단을 요구하면서 정부와 정유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내달 초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당국자들은 기존처럼 원유 수입 예외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대이란 경제 제재 시행일인 오는 11월 초까지 넉 달간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마라톤협상’을 이어갈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과거보다 한층 강경해진 미국의 태도를 두고 산유국 대열에 진입한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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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비중 13% 이란 공백, 미국이 메울까

원유 순수입국이던 미국은 2010년대 들어 셰일오일 개발로 명실공히 산유국이 됐다. 국내 수입의 13.2%를 차지하는 이란산 원유 수입이 중단될 경우 한국은 대체재로 미국산 원유에 눈 돌릴 가능성이 높다. 
28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미국산 원유는 2014년 국내 첫 수입된 이래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재작년 224만5000배럴에서 지난해 1342만9000배럴로 449%나 껑충 뛰더니 올해 1~5월에는 이미 지난해와 맞먹는 1108만배럴이 들어왔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에너지는 지난해 550만배럴을 도입한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300만배럴을 수입했다. GS칼텍스도 올 1~5월까지 805만배럴의 원유를 북미지역에서 가져왔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중동 두바이유 사이에 가격 역전 현상도 발생했다. 2016년 WTI 평균 가격은 두바이유보다 2.1달러 비쌌지만 작년에는 2.3달러 저렴해졌다. 
그러나 미국산 원유가 이란산 수입을 완전히 대체하기 버거운 측면도 있다. 지난해 미국산이 전체 국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또 긴 수송거리 때문에 대량 수입 시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일단 태평양 연안인 미국 서부지역의 항만 인프라가 열악하고 한국까지 오는 항로도 제대로 개척돼 있지 않다. 미국 동부에서 출발한 뒤 파나마운하를 통과해 한국까지 오는 방법도 있지만 운하 수심이 얕고 폭이 좁아 초대형 유조선이 이동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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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가 상승 압력 정유업계 악영향

국내에 들어오는 이란산 원유의 70%는 초경질유(콘덴세이트)다. 이 유종을 가공하면 석유화학제품 주원료인 나프타가 80%가량 나온다. 일반 원유에서는 나프타가 20%밖에 추출되지 않는다. 이란산은 다른 나라의 초경질유에 비해 가격도 싼 편이다. 이 때문에 석유화학제품 수요가 많은 한국에서 전체 도입량의 54%를 이란에서 가져오고 있다. 카타르와 호주에서도 많이 들여오지만 아직 수입량이 이란산에 못 미친다. 
SK이노베이션이나 현대오일뱅크는 2016년 미국의 경제 제재 해제 이후 이란산 원유 도입을 늘려왔다. 전체 물량의 20%를 이란에 의존하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은 전보다 비중이 떨어졌지만 수입 금지 조치에 따른 충격은 여전히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업체들은 원유 도입선을 다변화하며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 3월 현대오일뱅크는 노르웨이 에너지기업 스타토일과 70만배럴의 초경질유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SK이노베이션도 마땅한 대체 공급처를 찾는 중이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 아람코가 대주주인 S-OIL이나 미국 석유업체 셰브론이 지분 투자 중인 GS칼텍스는 이란산 원유를 사용하지 않는다. 미국과 사우디의 적국인 이란에 수입하는 데 대한 거부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정유업계 전체가 피해를 입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란이 생산라인에서 빠지면 공급 여력이 줄어들어 국제 유가가 강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상대로 원유 증산을 요구하는 것도 유가를 낮추기 위해서다. 지난달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미국의 이란 핵합의 탈퇴 여파 등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불안 요인 고조 등을 고려해 2018년 연평균 두바이유 가격을 지난 1월에 전망한 배럴당 60달러에서 65.3달러로 상향했다. 

■ 제재 시행까지 넉 달, 트럼프식 흥정 가능성

다만 11월5일 대이란 제재가 발효되기 때문에 아직 시간은 남아 있다. 정부와 정유업계는 대이란 제재 재개를 선언한 미국으로부터 예외를 인정받기 위해 원유 수입 감축에 나섰다. 지난달 이란산 원유 수입량은 600만7000배럴로 전년 동기 대비 27.0% 하락했다. 2012~2015년 과거 제재 국면 때도 미국으로부터 원유 수입 예외국 지위를 인정받는 대신 원유 수입량을 그전보다 큰 폭으로 줄인 바 있다. 
외교부와 산업부는 부처 합동으로 다음달 미국을 방문해 본격적인 협상에 나설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스타일은 최악의 조건을 제시한 뒤 다른 요구사항을 들어주면 제재 수위를 낮춰주는 방식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태도가 과거에 비해 단호한 것은 사실이지만 협상 여지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수입 물량을 조절하거나 특정 유종을 들여오지 않는 선에서 제한적으로 수입이 허가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2018년 6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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