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성인자녀 부양 실태 보사연 보고서

 

25세 넘은 자녀 둔 부모 40% 계속 자녀 부양, 월 74만원 지원.jpg
서울의 한 공무원 고시학원에서 취업준비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청년 실업 등의 증가로 성인 자녀를 계속 부양하는 노부모들이 늘고 있다.          
5년째 공무원 시험에 도전 중인 김모(32ㆍ서울 동작구)씨는 60대 부모, 80대 할머니와 함께 산다. 시험에 붙으면 독립하려고 했지만 계속 떨어져 집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원룸에서 자취하고 싶지만 소득이 거의 없어서 생각도 못한다. 늦은 나이까지 부모에 신세 지는 게 싫어서 낮에는 ‘알바’를 하지만 교재비ㆍ강의료 내기도 버겁다. 그러다 보니 식사는 되도록 집에서 하고, 공부는 저녁 시간대 집 근처 공공 도서관을 이용한다.         

취준생 생활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레 부모와 갈등이 잦아지고 있다. ‘다른 길을 찾아보자’고 아버지가 조언하는 날이면 곧장 말다툼으로 이어지곤 한다. 취직도 안 되는 상황에서 결혼은 먼 나라 이야기다. 김씨는 "부모님께 손 벌리기 싫지만 취직이 안 되는 데다 집 나가면 돈 들어갈 일이 한둘이 아니라서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중장년층, 부모-자녀 '이중 부양' 짐 커진다          

청년 실업ㆍ만혼(晩婚)ㆍ주거비 상승…. 사회적 환경이 팍팍해지면서 김씨처럼 다 큰 자녀를 부모들이 계속해서 부양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른바 ‘캥거루족’(자립할 나이가 됐는데도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기대는 청년)과 ‘부메랑 키즈’(대학ㆍ사회생활 등으로 수년간 부모 곁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청년)가 대표적이다. 성인 자녀 부양이 늘어남에 따라 중장년층의 부모ㆍ자녀 '이중 부양' 짐도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유경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2일 이러한 내용의 '성인 자녀 부양 특성과 정책과제' 보고서를 보건복지포럼 최신호에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다양한 이유로 만 25세 이상 성인 자녀를 부모들이 계속 맡는 비율이 높은 편이다. 졸업ㆍ취직하지 못한 미혼 자녀뿐 아니라 기혼 성인 자녀도 일과 양육의 병행이 어려워 노부모와 합가하는 경향이 강하다. 2015년 25세 이상 자녀를 둔 40~60대 기혼자 262명에게 물었더니 자녀가 졸업ㆍ취업ㆍ결혼한 후에도 계속해서 지원한다는 응답자가 39%(102명)에 달했다. 부양 자녀는 평균 1.3명, 부양한지 4년 1개월째다. 미혼 자녀가 86.9%였지만 기혼도 13.1%에 달했다. 기혼 자녀 중 맞벌이 비중은 10명 중 7명(70.1%)으로 매우 높았다.           
           
언제까지 자녀를 보살펴야할까. 이 기간도 점점 늦어진다. 보사연에 따르면 자녀가 취업할 때까지 책임지겠다는 응답자는 2003년 11.5%에서 2009년 12.2%, 2015년 17.2%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5년 여성가족부 가족실태조사에선 부모가 자녀의 대학 교육비를 책임져야 한다는 응답이 3.4점(5점이 가장 높음)으로 가장 높았고 자녀 취업 시까지 책임져야 한다(3점)가 뒤를 이었다.
꾸준히 올라가는 청년층의 실업률과 미혼율도 부모의 부양 부담을 부추긴다. 청년층의 미혼 인구 비율은 2000년 82.1%였지만 2015년엔 94.1%로 올랐다. 특히 여성 미혼율이 증가하면서 남성 미혼율과 차이를 좁혔다. 2000년 남성 미혼율이 14.5% 포인트 높았으나 2015년에는 4.8%포인트 높았다. 지난 5월 청년(15~29세) 실업률도 두 자릿수인 10.5%를 기록했다. 통계 집계가 시작된 1999년 이후 5월 기준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다 보니 노부모를 부양하는 동시에 성인 자녀를 챙겨야 하는 중장년층 부모 세대의 부담은 가중된다. 보사연 조사에 따르면 부모가 성인 자녀 부양에 최근 1년간 들인 비용은 월평균 73만8000원 정도다. 특히 60대 부모의 짐이 더 크다. 50대는 73만3000원이었지만 60대는 75만4000원을 자녀에게 제공했다. 전체 가계소득 중 자녀 부양비가 차지하는 비율도 50대는 25.5%였지만 60대는 33%에 달했다. 그러다 보니 부모들이 호소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부양 비용 부담(39.2%)이었고 자녀와의 갈등(29.8%)은 그 다음이었다.         
김 연구위원은 ”중장년층 이상 부모 세대는 부모ㆍ자녀 이중 부양 부담으로 가족 갈등과 빈곤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60대는 자녀 부양에 쓴 비용과 평균 부양 기간이 더 많아서 경제적 부담 클 것으로 짐작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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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날수록 사회 전체적으로 자녀의 필요성과 자녀 양육이 갖는 가치는 약해진다. 하지만 줄어드는 정신적 유대감과 별개로 부모의 성인 자녀 부양은 갈수록 늘어나는 모양새다.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가족은 양육 과정서 불평등이 심화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공적 영역의 지원이 절실하다.         

김 연구위원은 ”청년 실업이 심각한 상황에서 대학생 학자금 대출과 신혼부부 장기 대출 등이 문제가 되고 있어 제도적 해결책이 필요하다“면서 ”직업 훈련과 취업 연계를 통해 구직 포기 청년들을 사회로 끌어내고 정부와 기업의 협조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청년층의 주거 독립을 위한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같이 지내는 기간이 늘어나는 성인 자녀와 노부모 간의 관계 재정립도 필요하다. 기존의 위계적 관계 대신에 민주적ㆍ합리적 가족 문화와 분위기가 조성돼야 갈등을 줄일 수 있다. 가족 구성원 간의 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 정서ㆍ심리 지원 서비스도 지역사회별로 충분히 갖춰져야 한다고 김 연구위원은 지적했다.(중앙일보, 2018년 7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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