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세수·물가 감안한 ‘정책 가격’,   2005년 OECD 회원국들 가격 참고

영세업자·산업용 염두 경유값 낮춰,  미국, 환경오염 인식 영향 높게 책정

서울에 사는 ㄱ씨는 최근 주유소에 들렀다 휘발유 가격이 ℓ당 2200원이 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ㄱ씨는 “국제유가가 오르긴 했지만 너무 급격하게 오르니 차 몰고 다니기가 겁난다”고 말했다. 20년째 휘발유 승용차를 고수해온 ㄱ씨는 “내년쯤 차를 바꿀 계획인데, 이참에 휘발유보다 부담이 덜한 경유차나 하이브리드차로 바꿀까 싶다”고 말했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으로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치솟고 있다. 5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8월 다섯째주 기준 국내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은 일주일 전보다 1.1원 상승한 ℓ당 1620.3원까지 올랐다. 경유 가격도 같은 기간 ℓ당 1421.1원으로 0.4원 상승했다. 휘발유 가격에 비하면 경유 가격의 부담은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장치 조작 사건 등이 있었음에도 국내 경유차 비중은 35%(지난해 기준)에 달한다. 휘발유값이 여전히 더 높은 이유는 뭘까. 

 

한국 휘발유값 경유값…미·영국은 왜 경유가 더 비쌀까.jpg

 

국내 휘발유와 경유의 소비자가격은 정유사가 주유소에 판매하는 가격에 유통 비용과 마진, 세금이 합쳐진 구조다. 휘발유의 경우 교통에너지환경세가 ℓ당 529원이고 지방주행세(교통세의 26%), 교육세(교통세의 15%), 부가가치세 등 세금이 소비자가격의 55%를 차지한다. 휘발유 가격 1620.3원/ℓ 중 893.7원이 세금인 셈이다. 반면 경유에 붙는 교통에너지환경세는 ℓ당 375원이다. 전체 가격 중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46%로 휘발유에 비해 낮다.

현재의 에너지세제는 2005년 2차 에너지세제 개편 때 도입됐다. 당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은 휘발유 가격을 100으로 봤을 때 경유 가격을 85 정도로 책정하고 있었고, 한국 정부도 이를 참조해 휘발유와 경유의 상대가격을 100 대 85 정도로 유지하고 있다. 당시 주로 화물차나 트럭 등 산업용, 영세 자영업자가 주로 경유를 사용했고 경유 승용차가 거의 없었기에 경유 가격을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OECD 회원국 중에서도 미국, 영국, 스웨덴, 스위스, 호주, 멕시코 등은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보다 높다. 특히 경유차 비중이 높은 한국과 달리 미국은 경유차 점유율이 1%가 채 안되는데도 경유의 소비자가격이 더 높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미국은 석유를 직접 생산하는 나라인 데다, 경유차가 환경오염 물질을 더 많이 배출한다는 외부 효과를 고려해 경유 가격을 더 높게 유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국의 경우 환경 이슈만을 고려하는 게 아니라 세수나 물가에 미치는 영향, 수급 상황 등 여러 측면을 과세당국이 감안해 정책적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단체에선 미세먼지 절감을 위해 경유세 인상을 요구하고 있고, 대통령직속 재정특별위원회에서도 에너지세제 개편을 논의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환경적 측면에서 경유차의 비용이 더 높긴 하지만 경유가 주로 어떤 분야에서 사용되는지 등을 감안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기름값이 상승하면서 세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다시 나오고 있다.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 이서혜 연구실장은 “세금의 목적 등을 고려해 에너지세제 개편을 전체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경향신문, 2018년 9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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