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비 10조 타당성 논란

새만금 9% 면적 재생에너지 단지

야권 “탈원전 위해 계획 급히 수정”

평화당 “30년 기다림이 태양광이냐”

주민 “판단할 정보없어 … 지켜보자

원전 4기 규모 새만금 태양광 야당 발전량은 0.6기 수준.jpg

 

정부가 전북 새만금 일대에 총 4GW(기가와트) 규모의 태양광·풍력 발전단지를 조성키로 하면서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새만금을 동북아시아 경제 허브로 만든다는 기존 개발계획에서 달라진 데다 여론 수렴 등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야권 반발이 격렬하고 사업 타당성이 부족해 정부가 기대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분석이 나온다.

새만금개발청과 전라북도는 30일 전북 군산에서 새만금을 세계 최고의 재생에너지 클러스터로 조성하겠다는 내용의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을 열었다. 우선 새만금 내에 3GW급 태양광 발전단지를 만들기로 했다. 사업 부지는 38㎢로 새만금 전체 면적(409㎢)의 9.36% 규모다. 새만금 방조제 바깥쪽인 군산 인근 해역에는 전북도 등이 1GW급 해상풍력 단지를 짓는다. 이는 원자력발전소 4기 분량과 맞먹는 규모다. 약 10조원의 민간 투자자금이 들어오고, 연 200만여 명의 건설인력이 참여할 것으로 정부는 예상한다. 새만금개발청은 “2022년까지 태양광 2.4GW와 해상풍력 0.6GW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밋빛 전망을 내놨지만 우려 섞인 시각이 적지 않다. 일단 정부의 새만금 개발 방향이 바뀌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말 새만금을 방문해 “환황해권 경제권의 거점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당시 태양광·풍력 개발은 언급조차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태양광·풍력 주도 개발계획이 튀어나왔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이날 군산에서 최고위원회를 열고 “새만금을 환황해권 경제권으로 만들겠다던 정부가 갑자기 신재생에너지 메카로 조성하겠다는 것은 정책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새만금 개발 속도전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오해가 있다”는 입장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9일 국정감사에서 “새만금을 ‘환황해권 경제거점’으로 개발해 조성하겠다는 정부 의지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남궁재용 새만금개발청 대변인은 “사업 부지는 아직 물 밑에 있어 개발이 늦거나 (군산)공항과 인접해 고도·소음 제한에 걸려 당장 개발이 어려운 지역으로 선별했다”고 말했다.

중요한 국가 정책 변화에 공론화 절차가 생략됐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남궁 대변인은 “주민 의견 수렴은 인허가를 밟으면서 하는 것”이라며 “아직 개발 단계가 아니어서 (의견 수렴을) 못 한 것일 뿐 당연히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야당과 업계는 정부가 탈(脫) 원전을 위해 새만금 개발 궤도를 서둘러 수정한 것으로 의심한다. 이번 계획은 정부가 의지를 갖고 추진해 온 ‘재생에너지 3020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이 프로젝트엔 2030년까지 국내 전체 발전량의 20%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공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탈원전 기조를 내세운 정부가 현재 8% 수준인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율을 늘리기 위해선 태양광과 풍력 자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셈이다. 익명을 원한 한 원자력학과 교수는 “국내에 태양광이나 풍력 단지를 지을 만한 넓은 부지가 마땅치 않아 새만금에 조성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업 타당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은 “발전단지가 생산할 수 있는 전기량이 적어 원전 0.6기 분량 수준일 것”이라며 “10조원을 들여 원전 0.6기를 짓는 거라면 조기 폐기하기로 한 월성 1호기를 그냥 운전하는 게 낫지 않느나”고 지적했다.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재생에너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전기량이 기존 원전의 6분의 1 수준으로, 원전 대비 경제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말했다. 태양광 설비의 이용률은 15% 정도여서 4GW라고 해도 실제 발전량은 1GW에도 못 미친다는 분석이다.

20년간 태양광·풍력 발전을 진행한 후 용지를 원상복구시키겠다는 정부 계획이 지켜질지도 미지수다. 4GW 규모의 대체 발전설비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단지 건설에 투입될 비용도 만만찮다.

새만금은 정치 쟁점으로도 떠올랐다. 현역 의원 14명 전원의 지역구가 호남인 민주평화당은 ‘호남홀대론’을 내세우며 정치 공세에 나섰다. “새만금 비전 선포식이 아닌 비전 변경 선포식”(조배숙), “호남 무시를 넘어 기만하는 일”(박지원) 등의 반발이 일었다.

현지 주민 의견은 갈린다. 전북 군산시 내초마을 고윤석(60) 통장은 “아무리 정부 사업이라도 말 없이 밀고 들어오는 건 못 참는다”면서도 “아직 찬반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가 없어 주민들이 모두 반발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대세지만, 일부는 찬성 의사를 나타냈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은 성명을 통해 “새만금 재생에너지 계획은 기후 변화에 대한 효과적 대책인 동시에 침체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합리적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노태우 정부, 1991년 방조제 첫 삽 … 농지 → 복합도시 30년 왔다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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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개발이 30년 넘도록 개발 방향을 잡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1987년 노태우 당시 민정당 대통령 후보가 처음으로 대선 유세에서 공약으로 발표했다. 89년 100% 농지로 활용하는 기본 계획을 발표했고 91년 방조제 건설의 첫 삽을 떴다.

2000년대 이후 환경단체의 공사 중지 소송 등으로 공사가 지지부진했다. 2006년 3월 대법원 판결에서 정부가 승소하면서 그해 4월 방조제 물막이 공사가 끝났다.

노무현 정부는 내부 토지 중 72%를 농지로, 나머지 28%를 비농지로 개발하는 ‘새만금 내부토지개발 기본구상’을 내놓았다.

이명박 정부 들어 농지 30%, 비농지 70%로 확 바꿔 농업과 복합도시가 결합한 ‘새만금종합개발계획’으로 변경했다. 박근혜 정부는 한·중 경협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중앙일보, 2018년 10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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