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공정경쟁 제도들

 

대한민국 사회는 더 이상 공정하지 않다. 더이상 계층간 희망 사다리도 사라졌다. ‘부익부 빈익빈’은 이제 학생들에게도 전가되고,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이야기는 옛 이야기가 됐다. 사회는 공정한 경쟁의 기회를 제공해 청년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더 이상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 과거 계층간 사다리 역할을 해온 사법고시 대신 자리를 차지만 로스쿨은 누구나 들어갈 수 있지만 아무나 들어갈 수는 없는 곳이 됐다. 시험이라는 경쟁을 통해 좋은 대학을 가는 정시는 해마다 줄어들고 있고, 이들을 뒷받침할 사교육은 갈수록 ‘부익부 빈익빈’이 되고 있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교육격차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해 발표한 ‘2016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5만6000원으로 전년(24만4000원)에 비해 1만2000원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증가율도 4.8%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계는 월 700만원을 버는 가정에서 44만원을 사교육비로 쓰는 반면, 100만원 미만의 소득을 버는 가정에서는 월 5만원을 사교육비로 쓴다고 말해주고 있다. 사교육 지출 격차는 전년 6.4배에서 8.8배로 더 커졌다.

전년과 비교하면 최하위 가구에선 1인당 사교육비를 6만6000원에서 5만원으로 23.6%를 줄였다. 반면 최상위 가구는 42만원에서 44만3000원으로 오히려 5.6% 늘렸다. 월소득 600만~700만원 미만 가구는 전년 36만1000원이었던 1인당 사교육비를 36만5000원으로 1.2% 늘렸다.

결국 체감하는 사교육비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번 조사에서 사교육 참여율은 67.8%로 집계됐다. 학생 100명 중 68명만 사교육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사라진 사법고시, 준 대입정시…사라진 사다리

대학입시에서 정시가 축소되고 사법시험이 폐지가 되면서 사실상 계층간 이동을 위한 ‘사다리’는 사라졌다.

1963년 시행된 사법시험은 변호사 또는 판사, 검사 등 법조인이 되기 위해 치르는 필수 자격시험으로 ‘희망 사다리’ 역할을 해왔지만 2009년 로스쿨이 도입되면서 지난해를 마지막으로 폐지됐다. 하지만 로스쿨은 지금까지도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을 듣고 있다. 사립대 로스쿨의 평균 학비는 2000만원에 달하고, 이같은 고액의 학비는 서민들의 법조계 진출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015년 아버지가 로스쿨 교수인 어느 학생은 아버지의 학교에 입학해 아버지의 수업을 들었고 어느 정치인의 딸은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기도 전에 유명 로펌에 취직했지만 정작 변호사 시험에서 떨어졌다. 

 

3년간 성적을 유지해야만 하는 수시제도의 경우 사교육이 힘든 학생들 입장에서는 선뜻 도전하기 어려운 제도다. 또 각종 자료를 만들고 이른바 스펙을 쌓아야하는 입학사정관제도 이들에게는 남의 나라 이야기다. 일각에서는 내신경쟁 격화와 고액 과외에 따른 사교육비 증가라는 역작용만 낳았다는 지적이 나온다.(세계일보, 2018년 10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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