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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전국에서 치뤄졌다. 시험을 마치고 나온 학생들의 표정은 저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원하는 대학에 갈 성적을 얻어 꿈꿔왔던 캠퍼스 라이프를 즐길 생각에 들뜨고, 누군가는 재수라는 갈림길에 선다. 인정하긴 싫지만 대학은 층간 이동을 위한 필수요건이 됐다. 명문대라는 이름의 사다리는 분명 부모에게도, 본인에게도 거부할 수 없는 자격이다. 하지만 우리 공교육은 과연 학생들이 자신의 노력여하에 따라 원하는 대학을 갈 수 있는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을까. 사교육이 일반화된 지금 누군가는 이른바 강남8학군에서 초등학교에서부터 명문대를 가기 위한 완벽한 내신을 만들어, 수시라는 제도를 이용해 부모가 다닌 명문대에 발을 들인다. 수능이 끝난 지금, 수능을 치룬 학생들의 이야기와 2018년 공교육의 위기를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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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나온 서울대, 꿈이었어요”…신분세습

교육은 이제 신분세습의 또다른 이름이다. 가진 부모는 보다 많은 것을 아이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영어유치원에서부터 좋은 학군에서의 교육은 아이들에게 좋은 성장 기회를 제공한다. 사교육이 일반화된 현재, 교육은 단순히 학벌 세급이 아닌 신분 세습의 수단이다.

15일 만난 김모군은 “아버지가 졸업한 서울대를 가는게 어릴적 부터 꿈이었다”며 “서울대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워 사회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군의 아버지는 서울대 출신 의사다. 어릴적부터 서울 강남 8군에서 자란 김군은 “혼자만의 노력이라기 보다는 부모님의 지원이 있었다”며 “학교에서도 많은 친구들이 서울대를 목표로 하고 있고 실제로 가는 선배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김군이 서울대를 가는 것은 비판받을 일이 아니다. 경쟁 사회에서 노력과 투자는 좋은 결과로 나타난다. 하지만 통계는 우리 사회에서 자사고와 특목고 출신이 서울대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자사고와 특목고로 보내기 위해서는 초등학교때부터 내신을 관리하고 공립고보다 훨씬 비싼 학비를 감당해야한다. 하지만 서울대 수시 전형에 합격자 중 62.7%가 자사고와 특목고 출신이다.

국내 최고 지성인 서울대의 수시전형 합격생들은 일반 학생들이 아니다. 매달 교내 대회에서 상을 받아야하고, 동아리활동에 높은 내신까지. 그들이 고교 시절 받는 교내상은 평균30개가 넘는다. 수시전형이 고교 3학년 1학기까지의 성적과 활동만 제출한다는 점은 감안하면, 사실상 고교 시절 매월 1개의 교내 대회에서 수상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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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대가서 빨리 취업해야죠”…또 다른 굴레

이제 또다른 곳으로 가보자. 포항의 한 공립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이모군도 이번에 수능시험을 치뤘다.

이군은 “서울에 있는 대학을 가겠다는 생각을 해본적 조차 없다”며 “사실 취업이 급하기 때문에 전문대라도 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군에게 수시는 넘볼수 없는 제도다. 봉사활동은 고사하고, 고등학교 1학년때부터 공부를 시작했지만 제대로된 사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어릴적 학습지 공부가 전부다. 이군의 어머니는 강구항 주변에서 식당을 한다.

이군은 “서울이 아니라도 대구에서라도 좀 괜찮은 학교를 다니면서 대학생활을 즐겨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빨리 취업을 해야겠단 생각이 더 크다”고 말했다.

서울과 지방, 부익부 빈익빈의 차이는 이제 학생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실제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교육격차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해 발표한 ‘2016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5만6000원으로 전년(24만4000원)에 비해 1만2000원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증가율도 4.8%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계는 월 700만원을 버는 가정에서 44만원을 사교육비로 쓰는 반면, 100만원 미만의 소득을 버는 가정에서는 월 5만원을 사교육비로 쓴다고 말해주고 있다. 사교육 지출 격차는 전년 6.4배에서 8.8배로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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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의 마음 “최소한 공정한 정시로 대학가야”

이쯤되면 우리 교욱의 과정이 과연 공정할까 고민하게 된다. 이번에 밝혀진 숙명여고 내신조작사건은 현 교육계의 민낯이다. 더이상 공정성을 담보할수 없는 수시제도는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의구심을 주고 있고, 비리의 온상으로 비판받고 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수시 학종을 없애고 정시로 입시제도 일원화하자”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사건을 기점으로 많은 학부모들은 수시와 학종(학생부 종합전형)을 비리의 온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한 청와대 청원 게시글에서는 “대통령께서는 과정이 공정할 것이라고 말씀하셨지만, 지금의 수시는 과정이 공정하지 않다”며 “돈으로 각종 수상경력을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소한 과정이라도 공정한 정시를 통해 대학을 가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3년간 성적을 유지해야만 하는 수시제도의 경우 사교육이 힘든 학생들 입장에서는 선뜻 도전하기 어려운 제도다. 또 각종 자료를 만들고 이른바 스펙을 쌓아야하는 입학사정관제도 이들에게는 남의 나라 이야기다. 일각에서는 내신경쟁 격화와 고액 과외에 따른 사교육비 증가라는 역작용만 낳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일보, 2018년 11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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