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 오징어

몸통 길이가 20㎝ 이하인 새끼 오징어를 일컫는 말. 기관총 총알처럼 몸통이 작고 날렵한 모양이다. 과거에는 '햇오징어'라고 불렀다. 2~3년 전부터 다 큰 오징어 가격이 급등하자‘총알 오징어’라는 별명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오징어 금값되자, 총알오징어가 총맞았다

 

큰놈들 안잡히고 몸값 오르자 새끼오징어 없어서 못팝니다

11일 오전 5시 30분 경북 포항수협 죽도 위판장(委販場). 이른 새벽부터 구룡포항에서 20㎞ 떨어진 연안으로 나갔던 24t짜리 오징어잡이배 세명호가 돌아왔다. 이날 선장 이모씨의 표정은 어두웠다. "올해 큰 오징어는 없고, 전부 '총알'만 잡는데 더 묻지 마소!"

 

세명호가 끌어올린 자루 모양 정치망(定置網)에서 몸통 길이가 500mL 생수병보다 작은 오징어가 우르르 쏟아졌다. 기관총 총알처럼 작고 날렵한 체형을 가진 이른바 '총알 오징어'다.

위판장에서 만난 3t 소형 어선 선장 문모씨도 "오늘 큰 오징어는 60마리밖에 못 잡았고, 총알은 40㎏짜리 9상자 분량을 잡았다"고 했다. 죽도 어시장 중도매인 구교진(36)씨는 "총알 오징어는 원래 금어기가 끝난 봄철 한 달만 잡아 팔았던 별미"라며 "한창 성어기인 12월에도 큰 오징어는 10% 미만이고 전부 총알만 나왔다. 오징어가 금값이니 이 것도 없어서 못 판다"고 말했다.

금(金)징어 쇼크에 총알 오징어 등장

2017년 닥친 '금(金)징어 현상' 영향으로 시장에 총알 오징어가 풀리고 있다. 총알 오징어는 부화한 지 3~6개월 된 새끼 오징어를 일컫는 말이다. 꼴뚜기·주꾸미처럼 아예 품종이 다른 해산물이라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지만 그렇지 않다. 1년생인 오징어는 3~6개월 되면 몸통이 성어의 절반 크기(13~15㎝)로 자라는데, 과거에는 '햇오징어'라고 불렀다.

총알이라는 별명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건 2~3년 사이 일로, 최근엔 이탈리안 레스토랑과 일식 주점의 고급 메뉴로도 등장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내장의 녹진한 맛이 일품이라는 소문과 함께 통찜·내장 파스타 같은 요리법이 공유되고 있다.

총알 오징어가 유통 시장에 쏟아진 시점은 오징어 어획량이 급감한 시기와 일치한다. 1990년대 오징어 평균 어획량은 18만2000t이었지만, 2004년 중국 어선이 입어료를 내고 북한의 동해 수역에서 싹쓸이 조업을 하면서 줄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획량이 2016년 12만1691t에서 2017년 8만7024t으로 뚝 떨어졌다. 수산업계에선 지난해 어획량을 4만여t(1~11월 3만7523t)으로 추정하고 있다. 3년 만에 오징어 어획량이 3분의 1로 급감한 것이다. 생물 소매 가격(1마리·중품 기준)도 최근 3년 새 2631원(2016년)→ 3610원→ 5194원으로 급등했다. 지난 연말부터는 6000원을 넘어선 상태다. '금징어 쇼크'라는 말도 나온다.

국립수산과학원 연근해자원과 김중진 박사는 "과거 어린 오징어는 잡아도 상품 가치가 낮아 수협 위판 단계로 오기 전에 버리거나 항구에서 개별적으로 판매했다"며 "오징어 값이 오르면서 총알 오징어라는 이름으로 위판장에 등장했다"고 말했다.

총알 오징어는 현재 대형마트에서도 마리당 1500~2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롯데마트 수산 담당 추현우(35) 구매 담당자는 "올해 1일부터 열흘간 1억7000만원어치가 팔렸다"며 "지난해 1월에는 한 달 동안 점포 한 곳에서 200만원어치 팔린 것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매출이 250배가 늘어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마리당 1200원 하던 총알 오징어 값이 지금은 66% 오른 1990원"이라며 "손질이 편하고 크기가 작다 보니 1인 가구 수요도 많다"고 했다.

 

총알 오징어, '제2 노가리' 악몽 우려

총알 오징어 인기에 명태와 노가리(어린 명태)의 악몽이 떠오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1971년 정부가 노가리 어획을 허용하자 1980년대 초반까지 전체 명태 어획량의 70%가 노가리로 채워졌고, 그 결과 명태 씨가 말랐다.

'총알 오징어' 남획 우려에 해양수산부는 2016년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몸통 길이가 12㎝ 이하인 오징어 포획을 금지했다.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러나 이 규정에는 '12㎝ 이하 오징어가 선박 한 척 총 어획량의 20% 이하일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단서 조항이 달려 있어 현실적으로 단속·처벌이 어려운 실정이다.

 

11일 새벽 포항수협 죽도 위판장에서 만난 동해어업관리단 조사원은 "눈대중으로 허용 기준에 미달하는 오징어가 있는지 살펴보고 있지만, 정확한 계측을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국립수산과학원 김중진 박사는 "최근 총알 오징어 어획을 금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까지 올라온 적이 있다"며 "그러나 현재로선 어민·유통업자·소비자를 탓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수부는 현재 오징어 포획 금지 크기를 19~20㎝ 길이로 늘리는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다.(조선일보, 2019년 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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