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등 6학년 담임 기피에 “성과급” 당근도

“학생 많아 특별관리 대상… 학부모도 유별난 관심”

 

                                                                                                       게티이미지뱅크

 

#1. 경기 김포의 한 공립 초등학교 교감 A씨는 2019학년도 업무 분장표를 들고 하루에도 몇 번씩 한숨을 내쉰다. 지난달 12일 학년배정회의를 통해 올해 각 학년별 담임 교사를 새로 정했는데, 6학년 담임은 아무도 맡으려 하지 않아 여전히 ‘빈칸’이기 때문이다. A씨는 “웬만해선 학교 상황을 잘 아는 기존 담임을 한 명씩 꼭 넣지만 이번엔 다들 6학년 담임을 기피해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2. 경기 광명의 공립 초등학교 교사 이모(32)씨는 지난달 말 열린 학교 인사위원회에서 눈물을 왈칵 쏟았다. 2년간 고학년 담임을 했는데, 또 6학년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듣고 억울해서다. 그는 “6학년 담임을 맡으면 6점, 5학년을 맡으면 5점 이런 식으로 점수를 쌓은 뒤 점수를 기반으로 학년 지망을 할 수 있어 이번엔 위기를 넘겼다”며 “오래 근무한 선생님들에게는 내년에 저학년을 줄 테니 올해 한 번만 도와달라고 인정에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초등학교 6학년 교실에서 돼지띠 담임 피하기 ‘눈치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교사는 학교 인사위원회에서 눈물로 호소하고, 학교에서는 학년별 부장 내정자들이 대화를 시도하고 업무를 줄여주는 등 6학년 담임을 모시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런 현상은 2007년생 학생이 너무 많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 올해 6학년이 되는 학생들은 ‘황금돼지의 해’라고 전국이 들썩였던 2007년 정해년(丁亥年)에 태어났다. 황금돼지의 해 아이는 재물운이 좋다는 속설이 돌며 신생아 수는 2006년보다 10%나 많은 49만6,822명까지 치솟았다. 올해 4학년이 되는 2009년생과 비교하면 5만명 이상 많다.

 

교육계 종사자들에게도 이들은 특별 관리대상이다. 원체 인원이 많아 험난한 게 ‘2007년생 지도’였는데, 6학년이 되면서 기피 현상이 심해졌다. 초등학교 교사들에게 6학년 담임은 졸업식과 중학교 입시, 졸업여행 준비 등으로 어느 학년보다 업무 강도가 높은 자리다. 학부모들과 만날 일도 많아진다. 2007년생 학부모들은 자녀 교육에 대한 관심이 유독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에서는 당근을 제시하며 회유에 나서기도 한다. 경기 군포의 한 공립학교는 올해 특별히 6학년 담임을 진로상담, 동아리 지도 등에서 빼주기로 했다. 학년별 중임 제한 규정도 6학년은 예외로 하거나, 6학년 담임들에겐 우선적으로 성과상여금 최상위 등급인 S를 약속하는 학교도 생겼다. 서울의 한 공립학교 교사 강모(31)씨는 “올해 6학년 담임을 맡으면 업무를 빼준다는 말을 듣고 1지망으로 6학년을 적어 냈다”고 했다.

6학년 담임 결정 과정에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교사는 “기존 교사들이 모두 다른 학년을 먼저 선점하면서 결국 신규 발령 교사나 전입 교사들이 6학년을 떠안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한국역술인협회 백운산 회장은 “사실은 1959년생과 2019년생이 60년 만에 한 번씩 돌아오는 황금돼지의 해인데, 2007년을 앞두고 마케팅 차원에서 만들어낸 말이 잘못 퍼진 영향이 지금까지 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한국일보, 2019년 1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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