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선글라스 선택·관리법

중국 송나라 때 법정에는 새로운 풍경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죄인을 심문하는 재판관들이 자수정으로 만든 검은색 렌즈 안경을 끼고 나타난 것이다. 표정을 가려 죄인에게 위압을 주기 위해서였다. 이것이 선글라스의 시초로 불린다. 이후 1930년대 미국의 한 회사에서 눈부심을 줄이고 자외선을 막는 용도로 제작된 안경을 팔기 시작하면서 지금의 선글라스가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선글라스의 시작은 전혀 달랐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눈 건강을 지키는 필수 건강 아이템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선글라스는 햇빛이 강렬한 5~8월 사이 많이 낀다. 하지만 안과 전문의들은 계절과 관계없이 야외 활동을 할 때는 항상 선글라스를 끼는 게 좋다고 말한다. 세브란스병원 안과 김태임 교수는 “오존층이 많이 파괴돼 자외선이 지표면에 도달하는 양이 많아졌고, 유리 건물이 많아져 도심에서는 빛이 반사되는 양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안과 질환의 주범 자외선B

이런 빛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자외선B’다. 연세플러스안과 이재범 원장은 “자외선B는 눈의 각막을 거쳐 수정체·망막 부위까지 들어와 세포를 손상한다”고 말했다. 자외선B에 자주, 오래 노출되면 각막에는 염증, 수정체에는 백내장, 망막에는 황반변성이 생길 수 있다. 이 원장은 “피부에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듯이 눈 세포 건강을 위해 항상 선글라스를 끼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린아이도 예외는 아니다. 성인의 수정체 자외선 투과율은 1% 수준이지만 신생아의 투과율은 20%에 달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똑같이 자외선에 노출돼도 아이들이 자외선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것이다. 김 교수는 “어릴 때부터 자외선에 노출되면 그만큼 황반변성이나 백내장이 일찍 시작될 수 있다”며 “빛 반사가 심한 곳에서 야외 활동을 할 때는 아이도 반드시 선글라스를 쓰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떤 선글라스를 골라야 할까. 가장 중요하게 살펴봐야 할 것은 ‘자외선 차단 효과’다. 보통 선글라스에는 자외선 차단을 위한 UV 코팅이 돼 있다. 렌즈나 안경 품질 보증서 등에 코팅 여부가 표시돼 있다. 더 정확하게 알고 싶다면 자외선 투과율 검사 기계로 확인해 보면 된다. 대형 안경원에는 대부분 이 기계가 구비돼 있다.

색깔도 고려해야 한다. 안과 전문의가 가장 많이 추천하는 색은 갈색 계통이다. 김 교수는 “자외선 차단 효과가 있으면서도 눈도 편안하고 사물의 대비 효과도 좋아 잘 보인다”고 말했다.

회색은 자외선 차단 효과가 갈색과 비슷하지만 색의 대비 효과는 갈색보다 떨어진다. 단 자연색을 가장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에 선글라스를 썼을 때 색이 달라져 보이는 것이 싫은 사람이라면 회색 선글라스가 적당하다.

주황색 렌즈는 응달과 양달 모두에서 사물이 선명하게 보이고 눈부심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스키나 스노보드를 타는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색상이다. 하지만 색 자체의 자외선 차단 효과는 거의 없기 때문에 반드시 UV 코팅이 잘 된 제품을 사야 한다.

야간 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노란빛 선글라스가 도움된다. 시야를 밝게 해주기 때문이다. 자외선 차단 효과는 떨어지지만 청색광 차단 효과가 좋아 컴퓨터를 장시간 사용하거나 실내 강한 조명 아래에서 일하는 사람이 쓰기에도 좋다.

렌즈의 투명성과 크기도 살펴봐야 한다. 김 교수는 “흔히 렌즈 색이 진하면 자외선 차단 효과가 크다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두운색 선글라스를 끼면 깜깜한 방에 들어갔을 때처럼 동공이 확장되는데 확장된 동공 사이로 자외선이 더 많이 들어올 수 있다. 김 교수는 “선글라스는 너무 진한 색보다 눈의 형체가 살짝 보이는 정도가 적당하다”고 말했다. 렌즈 크기도 너무 작은 것은 피한다. 바닷가나 스키장에서는 위에서 내리쬐는 빛 외에 아래에서 반사되는 빛의 양도 많은데, 렌즈 크기가 너무 작으면 반사돼 들어오는 빛을 막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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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렌즈는 반사광에 취약

선글라스는 보관에도 주의해야 한다. 선글라스의 UV 차단 코팅은 열이나 습기에 매우 약하다. 그래서 여름철에는 자동차 안에 보관하면 안 된다. 한여름에는 자동차 안의 온도가 80도까지 올라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열로 인해 코팅막에 균열이 생겨 수명이 크게 단축된다. 이 원장은 “사용 빈도와 보관 방식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보통 2~3년 지나면 코팅이 많이 벗겨져 자외선 차단율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며 “사용한 지 오래됐다면 안경원 등에서 코팅률을 확인해 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중앙일보, 2019년 6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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