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상

2000명 뽑아 1400만원씩 지원 "총선 앞두고 세금으로 불만 달래"

시간강사 해고 대란을 불러온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 시행으로 일자리를 잃은 강사 2000명에게 정부가 1인당 1400만원씩 280억원을 들여 일거리를 주기로 했다. 8월부터 시간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보장하고, 사실상 3년간 임용을 보장하게 되면서 대학들이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국적으로 1만명의 시간강사를 줄인 데 따른 대책이다. "정부가 시간강사 대량 실업 사태를 만들어 놓고는 세금으로 강사들 생계 대책을 내놓는 게 적절하냐"는 비판이 나온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올해 2학기 강좌를 구하지 못한 인문사회·예체능 분야 박사급 비전임 연구원 중 2000명을 뽑아 1년간 연구비 1300만원과 기타 경비 1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11일 밝혔다. 교육부는 인문사회·예체능 분야 강사들이 경력 단절 없이 연구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2011년부터 해마다 1300~1700명에게 총 180억원 정도 지원해왔는데, 올해는 규모를 대폭 늘려 3282명에게 460억원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추가 비용 280억원은 추가경정예산으로 마련했다.

이에 대해 "정부가 세금으로 현장의 불만을 다독이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간강사 연구비 지원 사업은 젊은 연구자들이 좋은 연구 성과를 내도록 돕자는 취지로 도입됐는데, 이번 지원금은 명목은 '연구비'지만 실제로는 여론을 의식해 생계 대책을 내놓은 데 가깝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정부는 현직 대학 강사 중심으로 연구비를 지원했는데, 다음 달 16일 마감하는 이번 공모는 '강사로 채용되지 않은 연구자만 지원할 수 있다'고 했고, '소속 기관이나 추천 기관이 없어도 신청이 가능하다'고 했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오는 11월까지 3단계 평가를 거쳐 연구 과제를 최종 선정하고, 연구 결과가 지나치게 부실할 경우 최대 1년간 연구비 신청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한 사립대 교수는 "강사 중에는 연구 역량이 뛰어난 사람도 있는가 하면 (연구 대신) 강의 위주로 경력을 쌓아온 사람도 있다"며 "이들을 한데 묶어 연구비를 지원하겠다는 방안은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서울대 한 교수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강사 달래기'용으로 내놓은 방안 아니겠느냐"고 했다. 정부는 강사 퇴직금(236억원), 방학 중 임금(576억원) 등도 세금으로 지원할 방침이라 이번 연구비 지원까지 합치면 결국 강사법으로 연간 1000억원 이상을 투입하게 된다.(조선일보, 2019년 8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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