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서 발견된 중생대 갑오징어 화석, 19mm 크기 익룡 이빨 박힌 채로 굳어
"오징어 낚아채다 부러진 걸로 추정"



2012년 독일에서 1억5000만년 전 중생대 쥐라기에 살았던 오징어 화석이 발굴됐다. 28㎝ 길이의 이 오징어는 다리가 짧고 몸통에 딱딱한 뼈 구조가 있어 갑오징어의 조상으로 추정됐다. 놀랍게도 오징어의 몸에는 다른 동물의 흔적도 남아 있었다. 독일 보훔대의 르네 호프만 박사 연구진은 오징어 화석의 머리 쪽에서 길쭉한 물체를 발견했다. 바로 하늘을 날았던 파충류 익룡(翼龍)의 이빨이었다. 연구진은 지난달 27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쥐라기에 살았던 익룡이 물고기와 함께 오징어도 잡아먹었음을 처음으로 알려주는 화석"이라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오징어의 몸에 박혀 있는 길이 19㎜의 물체가 크기나 형태로 보아 쥐라기에 살았던 익룡인 '람포링쿠스'의 이빨임이 확실하다고 밝혔다. 이를 근거로 익룡이 하늘을 날다가 물로 돌진해 먹잇감을 무는 데 성공했지만 필사적인 몸부림에 이빨이 부러지면서 허탕을 쳤다고 추정했다. 실제로 X선으로 조사해보니 이빨이 오징어의 외투막으로 둘러싸여 있어 생전 몸통에 박혔음을 알 수 있었다. 익룡이 죽은 오징어를 물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아무리 서툰 사냥꾼도 미동도 하지 않는 먹이를 놓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배제됐다.

과학자들은 화석의 주인공이 생전 무엇을 먹고 살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배 속에 들어 있는 다른 생물체들을 조사한다. 화석이 돼버린 배설물인 분석(糞石)도 먹잇감을 연구하는 데 좋은 자료이다. 하지만 화석의 배 속이나 분석에는 뼈나 조개껍데기 같은 딱딱한 물체만 남아 있어 연구에 한계가 있다. 이 점에서 이번 화석은 사냥 장면을 마치 스냅사진처럼 생생하게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영국 레스터대의 데이비드 언윈 교수는 "하늘을 날며 오징어를 낚아채는 일은 무척이나 어렵고 위험한 일이라는 점에서 익룡의 탁월한 비행 능력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람포링쿠스는 사냥 도중 되레 물고기에 희생되기도 했다. 2012년 독일 카를스루에 주립자연사 박물관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에 람포링쿠스와 쥐라기에 살았던 물고기인 '아스피도린쿠스'가 같이 있는 화석을 발표했다. 자세히 보면 물고기의 길게 튀어나온 입에 익룡이 물려 있다. 쥐라기 바다에서는 작은 물고기가 오징어에 잡아먹히고 오징어는 익룡에게 먹히고, 대형 물고기가 다시 익룡을 무는 식으로 먹이사슬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던 것이다.(조선일보, 2020년 2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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