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 수행평가 대체' 방안에 학생들 "교사 평가 못 믿어" 반발
교사는 '현실 도외시 정책'에 불만..정규직과 비정규직은 극한대립
                                               18일 촬영한 개학연기로 텅 빈 서울 한 고등학교 교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개학연기가 학교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21일 교육계에서는 개학이 5주나 미뤄지는 초유의 상황과 이에 대응하는 전례 없는 조처들이 뇌관이 돼 그간 잠복해있던 학생과 학부모, 교사, 교육공무직, 교육당국 등 교육계 구성원 내 불신과 불만을 '폭발'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당국이 중간고사를 수행평가(과정중심평가)로 대체하는 방안을 내놓자 학생들이 "교사의 평가를 믿지 못하겠다"며 반발한 일이 대표적이다.

청와대 국민청원도 올라와 닷새만인 20일 현재 2천700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자는 "중간고사를 수행평가로 대체하면 '평가의 객관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수행평가는 교사의 주관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데다가 학생들이 점수를 (잘) 받고자 지속해서 (점수를 잘 달라고) 요청하기 때문에 객관성이 지필평가보다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반발이 심상치 않자 교육당국은 '중간고사를 쳐도 된다'며 진화에 나섰다.

지난 12일 일선 학교에 중간고사를 수행평가로 대체하라고 권장했던 서울시교육청은 일주일 뒤인 19일 설명자료를 내고 "교육청의 권장에 따를지는 각 학교가 융통성 있게 결정하면 된다"고 밝혔다.

사실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의 평가를 불신하는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교육부는 지난해 발표한 '대입 공정성 강화방안'에서 학교생활기록부 분량을 줄이고 비교과영역은 대학입시에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학생부에 기록된 교사의 평가를 믿지 못하겠으니 입시에서 영향력을 줄여달라는 여론을 반영한 것이었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작년 성인 4천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를 보면 '교사의 자질과 능력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자가 33.1%로 '신뢰한다'는 응답자(16.6%)보다 많았다. 나머지 50.4%는 "보통이다"라는 답을 내놨다.


                                                출입제한 안내문이 붙은 서울 한 초등학교. [연합뉴스 자료사진]


마스크 때문에 교육당국이 현실을 모르고 정책을 추진한다는 교사들의 오랜 불만이 폭발하듯 한꺼번에 터져 나온 일도 있었다.

교육부와 서울·경기·인천교육청은 지난달 2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요청을 수용해 학교에 비축된 마스크를 공적판매에 사용하겠다며 각 학교에 마스크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당국이 추후 마스크를 돌려주겠다고 했지만, 학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감은 "학교들이 마스크를 구하러 백방으로 노력할 땐 '마스크를 정해진 기준만큼 사둬라'는 공문만 내려보내고 아무런 도움도 안 준 당국이 어렵게 구한 마스크를 가져간다고 하니 화가 안 날 수가 없었다"면서 "긴급돌봄을 운영하는 데도 빠듯할 정도밖에 마스크가 없어 결국 제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국이 현실을 모른다는 교사들의 불만은 추후 사실로 드러났다.

애초 정부는 수도권 초·중·고등학교에서 마스크 160만장을 걷으려 했으나 실제로는 71만장만 수거하는 데 그쳤다.

상당수 학교가 긴급돌봄에 나오는 학생에게 나눠줄 정도밖에 마스크를 가지고 있지 않았던 데다가 그나마 '비축분'이라고 볼 마스크들은 황사·미세먼지용 마스크거나 면 마스크였기 때문이다.

개학연기 때문에 '정규직' 공무원인 교직원들과 '무기계약 비정규직'인 교육공무직 간 갈등도 빚어지고 있다.

갈등은 공무직 측이 '방학 중 비근무자' 생계 대책으로 개학연기 기간 휴업수당을 달라고 요구하면서 불거졌다.

여기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SNS에서 방학 중 비근무자 생계 대책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글을 남기면서 교직원을 '일 안 해도 월급 받는 그룹'이라고 지칭해 갈등이 더 커졌다.

공무직 임금체계는 2014년 '시급으로 계산된 임금을 연봉으로 삼아 12개월에 나눠 받는 방식'에서 '방학을 빼고 실제 일하는 10개월간 월급을 받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공무직 측은 당시 당국이 임금체계 전환을 사실상 강요한 데다가 처우개선이 일부 이뤄져 이를 수용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공무원들은 공무직들이 출근 의무가 없는 방학 때 출근하면 수당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는 등의 '계산'을 하고 임금체계 전환을 받아들였다고 여긴다.

교사 등 공무원과 공무직 간 갈등은 뿌리가 깊다.

공무원들은 공무직들이 학교에서 업무는 최대한 줄이려고 하면서 처우개선만 요구해 공무원들이 '역차별' 받는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16일 올라온 '역차별'을 해소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20일까지 8만5천여명이 동의했다.

반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는 20일 기자회견에서 "기득권을 쥔 이들이 약자의 절박한 요구를 자신들이 누리는 불평등과 차별의 구조에 금을 내는 일로 여기고 경계하고 있다"면서 "교사들이 조 교육감의 글 전체적인 논지를 살피지 않고 잘못된 표현을 왜곡하고 물고 늘어졌다"고 비판했다.

한 교육계 인사는 "교육계 구성원들이 평상시엔 숨겨왔던 서로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극도의 위기상황이 닥치자 밖으로 표출되는 것 같다"면서 "코로나19보다 지금 드러난 갈등을 어떻게 수습할지가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연합뉴스, 2020년 3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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