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소재문화재재단, 佛 기메동양박물관서 확인
'화성성역의궤' 불어판 펴낸 앙리 슈발리에 제작



앙리 슈발리에가 필사한 의궤 내부 국립기메동양박물관(Musee national des arts asiatiques - Guimet) 소장.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프랑스인이 1900년을 전후해 '조선왕조의궤'(朝鮮王朝儀軌) 2종을 필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책이 발견됐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프랑스 국립기메동양박물관 도서관에서 진행한 자료 조사를 통해 프랑스인 앙리 슈발리에가 베껴 적은 '헌종대왕국장도감의궤'와 '효현왕후국장도감의궤'를 확인했다고 23일 밝혔다.

헌종대왕국장도감의궤는 10책, 효현왕후국장도감의궤는 6책으로 각각 구성됐다. 책 크기는 가로 21.5㎝, 세로 31.4㎝다. 두 의궤는 1849년 승하한 조선 제24대 임금 헌종과 1843년 세상을 떠난 헌종비 효현왕후 국장 의식을 기록했다.


앙리 슈발리에가 필사한 '헌종대왕국장도감의궤' 국립기메동양박물관(Musee national des arts asiatiques - Guimet) 소장.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조선왕조의궤는 조선왕실에서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 그 내용을 그림과 글로 남긴 기록물이다.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한국학중앙연구원, 국립고궁박물관 등지에 있는 의궤가 보물로 지정됐다.

재단은 슈발리에가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이 약탈한 외규장각 의궤를 참고로 필사본을 제작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외규장각 의궤는 영구 대여 형식으로 돌아와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다.

의궤 필사본은 동양에서 장정할 때 사용하는 방식인 사침안장(四針眼裝)으로 제작했다. 책등 옆에 구멍 4개를 뚫고 실로 엮었다.

슈발리에는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고, 글은 프랑스어와 한자로 적었다. 한자 옆에는 알파벳으로 발음을 쓰거나 프랑스어를 병기했다. 예컨대 '헌종'(憲宗)과 나란히 'Hen Tjong', 'Huin Tsong'이라고 썼다.

헌종대왕국장도감의궤는 두 번째 책 내부에 '1899'라는 숫자가 있고, 각권 표지 오른쪽 하단에는 앙리 슈발리에(H. Chevalier) 이름과 '1906'이라는 숫자가 기록돼 필사 작업은 1899년 무렵부터 1906년까지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앙리 슈발리에가 필사한 '헌종대왕국장도감의궤' 표지 국립기메동양박물관(Musee national des arts asiatiques - Guimet) 소장.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슈발리에는 국내에 이미 알려진 자료인 '화성성역의궤'(華城城役儀軌) 프랑스어판 소책자를 편찬한 인물이다. 화성성역의궤 프랑스어판은 수원 화성 주요 시설물과 과학기구 도판을 담았다.

화성박물관은 이 자료에 대해 "화성성역의궤가 19세기 후반 프랑스로 반출돼 파리 동양어대학 도서관에 수장됐는데, 가치를 눈여겨본 프랑스 국립민속박물관의 앙리 슈발리에가 조선 최초 파리 유학생인 홍종우에게 불어로 번역할 것을 의뢰해 출판했다"고 설명했다.

재단은 슈발리에가 홍종우를 통해 자연스럽게 한국 풍속과 관습을 알게 됐고, 프랑스 지리학자 샤를 바라가 한국에서 수집한 물품을 분류하는 일을 도왔다고 전했다. 홍종우는 1890년 프랑스에 간 뒤 1892년 6월부터 1년 남짓 기메박물관 연구 보조자로 일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관계자는 "슈발리에가 필사한 의궤 두 종은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희귀한 자료"라며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소장한 외규장각 의궤를 구한말 프랑스인이 연구한 최초 사례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연합뉴스, 2020년 3월 23일)


앙리 슈발리에가 필사한 의궤 내부 국립기메동양박물관(Musee national des arts asiatiques - Guimet) 소장.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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