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당정 협의에서 결정 예정



문재인정부가 집권 초 국정 과제로 밝혔던 공공의과대학 설립이 이번에도 벽에 부딪혀 실행되지 못하게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필수 공공의료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공공의대 설립 논의는 과거보다 더 탄력을 받았지만 결국 이번에도 벽에 부딪힌 것이다. 의대정원은 향후 10년간 4000명을 늘려나갈 계획이지만 전문가들은 이 숫자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22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당정은 23일 오전 비공개 협의를 통해 의대정원을 연간 400명씩, 10년간 4000명 더 늘리는 ‘의료인력 확대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 방안에는 중증·필수의료 분야의 지역의사 3000명과 역학조사관·중증외상·소아외과 등 특수 분야 의사 500명, 기초과학 및 제약·바이오 연구인력 500명 등 총 4000명을 양성한다는 계획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공공의료기관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지역의사 특별전형’을 만들어 장학금을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전형자는 해당 지역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하면 의사면허를 취소·중지할 수 있다.

의대정원 확충은 원안대로 실행되지만 공공의료 인력 양성을 위한 공공의대 설립은 끝내 무산됐다. 당초 정부는 폐교한 서남대 의대 정원(49명)을 활용해 전북권에 공공의대를 설립할 예정이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공공의대 설립 무산에 대해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는 공공의대 설립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며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국장은 “공공의대는 그동안 의료계 반대가 심해 19대 국회 때부터 논의가 나왔지만 성사되지 못했다”며 “공공의료체계 정비를 위해서는 공공의대 설립이 매우 중요한데 이번에도 좌초된다면 지방 공공의료기관의 의료 인력 부족 사태는 장기적인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역의사 특별전형의 부작용도 꼬집었다. 남 국장은 “지역의사 특별전형도 모집 인원을 못 채우면 결국 인력이 부족한 건 마찬가지”라며 “사립대의 경우 지역의사 특별전형으로 뽑아서 지방대학병원 의사로 보내기도 한다. 결국 정부 예산으로 의료인력을 키워서 지방 사립대학병원에 인력을 주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정부가 제시한 4000명의 충원 계획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향후 인구 수는 줄어들겠지만 인구 고령화 등으로 의료 서비스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한다면 400명이 아니라 1000명씩은 늘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실련도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감한 의대 정원확대가 필요한 상황에서 당정의 연간 400명 증원 방안은 의사 부족을 해소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400명 증원 규모에 대한 객관적 근거를 제시하라”고 주장했다.

경실련이 보건복지부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보건의료기관 종사 의사 수를 분석한 결과, 각 지역 보건소와 보건의료원에서 활동하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 제외)는 전국 806명에 그쳤다. 보건지소와 보건진료소, 건강생활지원센터는 1364명이었다. 전국에 보건소가 256곳 있는 것을 감안하면 보건소 1곳당 의사는 평균 3.1명이다. 보건지소와 건강생활지원센터, 보건진료소는 전국에 총 3308곳인데 1곳당 평균 의사 수가 1명이 채 안 되는 0.41명에 불과했다.(국민일보, 2020년 7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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