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길 귀환 때 남북 방향 '나침반 질주'로 위치 파악

주인이 보이지도 냄새가 나지 않는 숲 속에서 떨어진 개가 주인을 찾아갈 때 지자기를 기준 좌표계로 이용할지 모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구에 참여한 액션캠과 지피에스 추적기를 부착한 사냥개. 카테리나 베네딕토바 제공.


잃어버린 개가 멀리 떨어진 집을 찾아왔다는 놀라운 일화는 많다. 사냥감을 추적하던 사냥개는 아무 단서도 없는 숲 속을 가로질러 헤어진 주인에게 돌아온다.

길을 찾는 개의 뛰어난 능력은 널리 알려졌지만 어떻게 그럴 수 있지는 수수께끼였다. 사냥개를 이용한 실험을 바탕으로 개가 지자기를 감지해 주인에게 돌아오는 빠른 길을 찾아낸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구는 커다란 막대자석처럼 남극에서 북극으로 자기력선이 흘러 자기장이 형성된다. 사람이 지피에스(GPS) 시스템으로 현 위치를 파악하는 것처럼 철새나 바다거북은 지자기를 감지해 자기 위치와 방향을 알아내 대양을 건너 장거리 이동을 할 수 있다. 개에게 이와 비슷한 능력이 남아 있다는 가설이 나왔다.

카테리나 베네딕토바 체코 생명과학대 박사과정생 등 체코 연구자들은 사냥개 27마리에 초소형 광각 캠코더와 위성추적장치를 붙인 뒤 3년에 걸쳐 모두 600여 차례에 걸쳐 숲 속에서 주인을 어떻게 찾아오는지 실험했다. 개를 데려간 숲은 처음 가는 곳이었고 주인은 보이지 않을뿐더러 사람 쪽으로 바람이 부는 곳이어서 개가 어느 쪽으로 갈지 아무런 단서도 주지 않았다.


개 위성추적 결과. 하늘색은 주인, 점선은 개 경로. 왼쪽 흰색 실선(Tracking)은 간 길을 되짚어 온 경로. 오른쪽 아래(Combination)는 일부는 되짚어 오고 일부는 새길로 온 경로. 오른쪽 위(Scouting)는 완전히 새로운 경로로 돌아온 경로. 방향을 틀기 전 남북 지자기 방향으로 20m 쯤 달리는 특이한 행동을 했다. 베네딕토바 외 (2020) ‘이라이프’ 제공.


과학저널 ‘이라이프’ 최근호에 실린 이들의 논문을 보면, 사냥감 냄새를 추적해 숲 속에 들어갔던 개는 크게 2가지 방법으로 주인에게 돌아왔다. 가장 흔한 방법은 주인을 떠나 숲으로 들어갔던 경로를 되짚어 나오는 것이었다(위 그림 참조).

그러나 3번 중 1번은 개들이 전혀 다른 경로를 거쳐(또는 일부는 온 길을 되짚어) 주인에게 돌아왔다. 연구자들이 주목한 것은 바로 이 행동이었다. 비디오 영상과 위성추적 경로를 보면 모두 223차례에 걸친 새로운 경로 귀환에서 개들은 숲 속에서 평균 1.1㎞ 돌아다녔는데, 170차례에서 독특한 행동을 보였다. 개들은 방향을 바꿔 돌아오기 직전 남북 방향으로 20m쯤 달리다가 방향을 틀어 목적지로 향했다.

연구자들은 마치 나침반이 남북 방향으로 자세를 잡듯이 개들이 남북 방향으로 잠깐 몸을 맞춘 뒤 목적지로 향하는 것이 지자기를 감지해 정확한 방향을 잡기 위해서라고 보았다. 실제로 이런 ‘나침반 질주’를 한 개들은 그렇지 않은 개들보다 훨씬 가까운 지름길로 목적지에 돌아왔다. 연구자들은 “개들이 ‘나침반 질주’를 통해 지자기 단서를 얻어 낯선 환경에서도 이동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 같다”고 논문에 적었다.


실험에 참여한 개. 개는 예리한 후각, 청각에 더해 지자기 감지 능력까지 보유하고 있을지 모른다. 베네딕토바 외 (2020) ‘이라이프’ 제공.


사실, 이번 연구의 교신저자인 하이네크 부르다 체코 생명과학대 교수는 2013년 개가 배설할 때 제자리에서 빙빙 도는 이유가 지자기에 맞추기 위해서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2년 동안 70마리의 개가 배설하는 행동을 8000번 가까이 관찰했더니 제자리에서 빙빙 돌다 나침반처럼 남북을 가리키는 방향에 맞춰 배설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개는 배설을 통해 자신의 상태와 영역을 알린다. 지자기에 맞춰 배설하면서 개들은 또 다른 표시 지점이 어느 방향이고 어떤 거리인지 상대적인 위치 파악을 한다는 얘기다.


방대한 대륙이나 대양을 이동하는 철새나 바다거북은 지자기를 좌표로 삼는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새나 바다거북처럼 장거리 이동을 하는 동물에 지자기 감지가 중요하다면 육상에서 장거리 이동하는 포유류에도 그런 능력이 남아 있을 수 있다. 사냥하러 멀리 떠났다가 새끼가 있는 집으로 돌아오는 늑대나 계절적으로 장거리 이동하는 순록은 그런 예다.

연구자들은 “자기장이 개에게(나아가 포유류 전반에) 장거리 이동에 꼭 필요한 보편적인 기준 좌표계를 제공할지 모른다. 아마도 자기장은 포유류의 공간적 행동과 인지를 이해하는 데 우리가 빠뜨리고 있는 가장 중요한 요인일 수 있다”고 논문에서 밝혔다.(한겨레, 2020년 7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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