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3만5000명분 식량 '순삭' 세계 식량안보 위협
동아프리카 25년 만의 최악 피해, 서아프리카로 확산
높아진 수온 탓 잦아진 사이클론, '사막호수' 만들며 이상 번식



최근 아프리카 케냐에서 촬영된 사막 메뚜기 떼. 기후 변화로 인한 이상 번식으로 농작물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제공


어른 검지만 한 곤충이 태양을 가릴 정도로 새카맣게 떼 지어 날아다닌다. 등짐펌프를 짊어진 사람들이 살충제를 여기저기 뿌리고, 항공 방제도 해보지만 곤충 떼의 기세를 꺾기엔 역부족이다. 최근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등이 동영상과 사진으로 공개한 ‘사막 메뚜기(Desert Locust) 떼’의 섬뜩한 모습이다.

지구촌이 코로나19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이때 사막 메뚜기 떼까지 기승을 부리며 인류를 괴롭히고 있다. 사막 메뚜기 떼는 올해 초 케냐 등 동아프리카 일대를 휩쓸더니 이달부터 서아프리카 등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FAO는 지난 5월 사막 메뚜기 떼가 잠재적으로 지구 인구의 10분의 1에게 식량위기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동아프리카에서는 2500만명이 굶주림에 시달리는데, 이들에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지난해 말부터 이달까지 소말리아와 에티오피아에선 축구장 10만개 면적인 7만㏊의 농경지를 사막 메뚜기 떼가 파괴했다. 가장 많은 피해를 본 건 옥수수다. 동아프리카 일대에선 이번 사막 메뚜기 떼에 의한 피해를 25년 만의 최악으로 평가한다.

■ 하루 만에 3만5000명분 식량 ‘꿀꺽’

사막 메뚜기 떼가 무서운 이유는 가공할 만한 숫자 때문이다. 1㎢ 면적에 대략 8000만마리의 성체 메뚜기가 날아다닌다. 이만한 규모의 사막 메뚜기 떼는 먹성도 엄청나다. 하루를 기준으로 3만5000명이 먹을 작물을 한입에 털어 넣는다. FAO는 사막 메뚜기를 “세계에서 가장 파괴적인 이동성 해충”이라고 규정한다.

사막 메뚜기 떼의 출몰은 성서에도 언급될 정도로 오래됐다. 주로 아프리카와 아라비아반도, 서아시아, 남아시아에 서식한다. 그런데 올해는 개체 수가 지나치게 늘어나며 피해 지역이 확대되고 있다. 사막 메뚜기는 대략 3개월마다 숫자가 20배 증가하는데, 올해는 자연계와 인간이 감당할 수준을 넘은 것이다. FAO는 올해 1월 이후 이달 초까지 아프리카와 예멘 등에서 5000억마리의 사막 메뚜기 떼를 방제했지만, 피해가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최세웅 목포대 환경교육과 교수는 “사막 메뚜기가 세대를 빠르게 거듭하며 이동이 더 쉽도록 날개가 길어지는 형태로 몸체가 변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으로선 메뚜기 떼 규모가 언제 줄어들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 기후변화가 만든 ‘사막 호수’ 원인

과학계는 사막 메뚜기 떼의 이상번식 원인을 기후변화로 보고 있다. 아프리카 정부 간 개발기구(IGAD) 산하 기후예측응용센터(ICPAC) 연구진이 지난달 말 ‘네이처 기후변화’에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면 아라비아반도 일대에 최근 이례적으로 많은 비가 왔다. 2018년 5월 인도양에서 열대성 저기압인 ‘사이클론’이 발생해 아라비아반도로 올라왔는데, 당시 오만을 비롯한 사우디아라비아 일대에 폭우를 뿌리면서 ‘사막 호수’를 만든 것이다. 더운 데다 다량의 모래가 있으며 습기까지 머금은 환경이 일시적으로 조성되면서 사막 메뚜기에겐 서식을 위한 최적의 여건을 제공했다. 같은 해 10월에도 이 지역으로 사이클론이 또 올라오면서 수분을 추가 공급했다. 게다가 지난해 말 발생한 또 다른 사이클론은 강력한 바람을 일으켜 사막 메뚜기 떼를 동아프리카로 날려 보내는 선풍기 역할을 했다. 지난해에만 모두 8개의 사이클론이 인도양에서 생겨 아시아와 동아프리카에 상륙했는데 연구진은 이를 기록적으로 많은 발생 건수로 규정했다. 연구진은 지구에서 인공적으로 발생한 열의 90%는 바다로 흡수되는데 현재 인도양 서쪽이 열대 해양 중 가장 빠르게 따뜻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높은 수온은 사이클론을 만드는 ‘연료’가 된다. 기후변화가 사막 메뚜기 떼의 습격을 일으켰다는 얘기다.

연구진은 “정치 불안과 같은 사회적 요인도 메뚜기 떼 피해를 키우고 있다”며 “선진국들은 재정이 부족한 국가들이 자연재해에 대응할 수 있도록 감시와 조기경보 시스템 구축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경향신문, 2020년 7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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