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수업 2학기 돼도 달라진게 없다] 초·중·고 5개월 시행, 곳곳서 불만

 

이달 초 이모(44)씨는 초등학교 3학년 아들 수업이 또 EBS(교육방송)와 유튜브 영상 시청, 숙제 위주로 진행되는 것에 분통을 터뜨렸다. “2학기에는 등교 수업을 못하게 돼도 온라인으로 선생님 얼굴이라도 보며 듣는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시작될 줄 알았는데 1학기와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다. 이씨는 “동영상 링크와 숙제만 내주는 수업이라 하루 20~30분이면 다 끝난다”며 “이런 원격 수업을 K에듀라고 내세운다면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코로나 재유행으로 서울·경기·인천의 초등학교가 등교를 못하고 수도권 외 초등학교는 주 1~2회 등교에 그친 가운데 2학기 원격 수업도 1학기처럼 과제나 녹화 영상 위주로 진행되자 학부모들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학기는 갑작스러운 코로나 사태로 어쩔 수 없는 면이 있었다고 해도 여름방학을 보내고 2학기가 됐는데도 달라진 게 없어 실망스럽다는 것이다.

 

 

 
지난달 말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한 교사가 온라인 원격 수업을 하고 있다. 코로나 재유행으로 상당수 학교가 2학기에도 원격 수업을 하고 있지만, 쌍방향 수업은 거의 없고 대신 과제 제출이나 녹화 영상 위주로 진행되고 있어 학부모들 불만이 커지고 있다. /뉴시스

◇"이런 원격 수업이라면 주 3회 전화수업이라도 해야"

학부모들의 불만은 청와대 국민청원 등으로도 잇따르고 있다. 맞벌이 엄마라고 밝힌 한 청원인은 “학습지 선생님들도 아이들 집에 방문을 못하니 전화로 진도를 묻는 정도는 한다”며 “학교 담임선생님들은 주 3회 이상 아이들과 의무적으로 10분 이상 통화할 수 있게 교육부에서 지침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전화 수업이라도 도입해 소통 없는 교육자를 위한 세금 낭비는 막아 달라”는 주장이다. 다른 청원인은 “원격 수업이라는 이름 아래 아이들 스스로 ‘유튜브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며 “이건 원격 수업이 아니라 아이들을 방치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공교육이, 학교와 선생님이 우리 아이들을 버렸다”고 주장했다. “엄마들이 아침부터 출석 체크하고 학습 꾸러미 챙겨주고 숙제 봐주는 시간에 담임교사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하루 일과가 궁금하다”며 교사들에 대한 불만을 국민청원에 올린 경우도 있다.

◇마지못해 ‘주 1회 20분’ 실시간 수업

학부모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수도권에서는 일부 초등학교가 뒤늦게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도입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하지만 주 1회 20~30분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학부모는 “학교에서 갑자기 9월 둘째 주에 실시간 수업을 시작한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주 1회 20분이 다였고 그나마도 아이들 20명을 대상으로 얼굴 보며 출석 부르고 안부 묻는 정도였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처음 하는 실시간 수업이라 주 1회로 한 것이고 시범 기간을 거쳐 점차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어떤 학교, 어느 선생님에게 배우느냐에 따라 실시간 수업 비율이 천차만별이어서 아이들의 학습 격차가 커지고 있다”며 “이렇게 공교육의 질이 고르게 보장되지 않는다면 차라리 모든 학생을 똑같이 유급시켜 형평성을 맞춰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쌍방향 비율 20% 이상으로 높인다는데

교육 당국은 2학기 학교별 실시간 수업 비율 등을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 5월 공개한 원격수업 형태 설문 결과에 따르면, 거의 모든 수업을 실시간 쌍방향으로 한다고 답한 교사는 5.2%에 불과했다. 동영상 시청이나 과제 학습 등과 병행해 실시간 수업을 한다는 응답자는 7.8%로 집계됐다. 실시간 수업을 한 번이라도 해본 교사가 전체 응답자의 13%에 그친 것이다. 이에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국회에서 “쌍방향 실시간 수업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보완해 2학기 때는 20∼30%까지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무늬만 실시간 쌍방향인 주 1회 20~30분 수업으로 비율만 높이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는 전국 학교에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어느 정도 비율 이상 반드시 하라는 식으로 강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트북, 화상 카메라와 마이크 등 실시간 수업을 위한 여건을 지원해 학교가 자발적으로 실시간 수업을 늘리도록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교육청 장학 등을 통해서라도 각 학교가 실시간 쌍방향 수업 비율 높이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조선일보, 2020년 9월 14일)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