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 수확 때 체온 40도까지 올라가.. 밤엔 7도로 떨어뜨려 에너지 절약


맛있는 꿀 따먹기 위해 벌새는 밤이면 기절한다.jpg

벌새가 꽃에서 꿀을 먹는 모습.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대 연구진은 벌새가 에너지 절약을 위해서 밤에는 체온을 낮춘다고 밝혔다


벌새는 꽃 속의 꿀을 먹기 위해 1초에 수십 번씩 날갯짓을 한다. 몸집은 작지만 척추동물 가운데 가장 빠른 신진대사를 가졌다. 생존을 위해 매일 자신의 몸무게만큼 과즙을 마신다. 이런 벌새가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밤에는 체온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자기기로 비유하면 ‘최대 절전 모드’에 들어가는 셈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대의 앤드루 매케크니 교수 연구진은 “벌새의 체온이 최대 섭씨 3.3도까지 떨어질 수 있음을 발견했다”고 9일 국제 학술지 ‘바이오 레터스’에 밝혔다.

연구진은 2015년 3월 페루 안데스 산맥에서 6종의 벌새 26마리를 잡아 체온 변화를 관찰했다. 벌새가 나뭇가지에서 쉬고 있을 때는 체온이 20도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꽃잎 앞에서 꿀을 따기 위해 날갯짓을 하면 40도까지 올라간다. 그만큼 많은 에너지를 태우는 것이다.

밤에는 달랐다. 연구진은 26마리 중 24마리가 일종의 ‘혼수상태’에 들어가면서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발견했다. 푸른귀벌새는 밤에 체온이 7도까지 내려갔다. 이러한 상태는 겨울잠과 달리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다. 새벽이 다가오면 다시 일어나 체온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벌새의 종마다 조금은 달랐지만 모두 체온이 떨어졌다.

특히 검은광택꼬리벌새는 3.3도까지 체온이 떨어졌다. 이는 새뿐 아니라 동면을 하지 않는 어떤 포유동물보다 낮은 체온 기록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조류 중에서 유일하게 겨울잠을 자는 것으로 알려진 푸어윌쏙독새는 체온이 4.3도로 낮아진다. 연구진은 “벌새들은 추운 안데스의 밤을 새울 수 있을 만큼 하루 동안 충분한 지방을 저장하지 못할 것”이라며 “밤새 혼수상태로 들어가는 건 생존에 필수적이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벌새가 혼수상태에 들어가는 시간과 체중도 추적했다. 혼수상태 시간은 종마다 달랐다. 자이언트벌새는 밤에 평균 5.7시간, 검은광택꼬리벌새는 10.6시간 동안 혼수상태에 들어갔다.

혼수상태는 새들의 신진대사를 95%까지 늦췄다. 벌새의 심장은 비행 중 분당 최대 1000회까지 뛰지만 휴식 중에는 50회까지 떨어진다. 혼수상태 시간이 길수록 에너지를 아껴 체질량 손실은 줄어들었다. 12시간 정도 긴 휴식을 취한 새는 몸무게의 2%만 잃었지만, 휴식 시간이 짧은 새는 15%까지 체중이 줄었다. 또한 새들은 체온이 더 낮아질수록 체중이 덜 감소했다.

매케크니 교수는 “추운 겨울 안데스산맥에서 동굴에 들어가 며칠 동안 나타나지 않는 벌새가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며 "이는 벌새가 동면까지 한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말했다. 하룻밤이 아닌 오랫동안 휴식 상태로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연구의 다음 목표는 벌새들이 휴식을 취하는 위치를 아는 것”이라고 했다.(조선일보, 2020년 9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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