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교사 계속 할 수 없어 결국 이직.. 줄세우는 임용고시, 이대로 괜찮나


띠동갑인 동료 교사가 있다. 학교에서 몇 년 동안 함께했는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오랫동안 근무한 기간제 교사다. 근무지를 옮기지 않는 사립학교에서 23년 동안 숱한 동료 교사들과 만나고 헤어졌지만, 그만큼 교육자적 열정과 고운 심성을 지닌 사람을 보지 못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하루에도 몇 번씩 그를 통해 깨닫는다. 해마다 그에겐 형처럼, 삼촌처럼 의지하고 따르는 수많은 아이들이 생겨난다. 개인적으로, 교사의 역량과 자질을 정확히 판단하려면 아이들의 생각을 들어보면 된다는 게 지론이다.

요즘 아이들 개념 없다고, 이기적이라고, 나아가 막장이라고 손가락질하지만, 최소한 자신을 가르치는 교사의 열정과 진정성은 정확히 간파해낸다. 고민이 있거나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아이들이 그를 가장 먼저 찾는 건 그래서다. 그는 아이들에게 만점짜리 담임교사다.

누구 앞에서든 그의 목소리는 늘 나긋나긋하고 상냥하다. 지금껏 그가 아이들 앞에서 얼굴 붉히는 걸 본 적이 없다. 무례하고 되바라진 아이들이 왜 없을까마는, 그런 아이들 앞에서 눈물을 보일 정도로 그의 생활지도 방식은 바보스러울 만큼 우직하고 자상하다.

모두가 꺼리는 고3 학급 담임을 그는 붙박이처럼 도맡았다. 젊은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도 없진 않겠지만, 그보다 기꺼이 공부에 지친 아이들의 쉬어갈 그늘이 되어주겠다는 그의 마음가짐 때문이다. 교무실보다 교실에 머무르기를 더 좋아하는, 그는 천생 교사다.


천생 교사였던 그가 학교를 떠나는 이유 
  


 교사란 교육자적 열정을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들이다. 그 열정이 봇물 터지듯 발현될 수 있을 때라야 비로소 우리 교육이 살고, 공동체도 산다

그렇듯 띠동갑 선배 교사에게조차 귀감이 된 그가 내년에 학교를 떠나려 한다. 기간제 교사는, 말뜻 그대로, 계약 기간이 종료되면 그만두는 게 맞다. 계속 학교에 근무하려면, 다시 기간제로 재계약하거나 임용시험에 응시해 합격해야 한다.

언제까지 기간제 교사로 근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가 임용시험 응시를 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니지만, 두 아이의 아빠로서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없다고 했다. 실상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면서 바늘구멍이라는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는 나가서 학원을 차리겠다고 했다. 나름 오랫동안 심사숙고한 결론일 테지만, 그의 표정으로 미루어 흔쾌한 선택이 아닌 건 분명해 보였다. 장담하건대, 그의 맑고 고운 심성은 진학 실적에 목매단 정글 같은 사교육 시장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일부러 그에게 찾아가 동료 교사로 남아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평교사 주제에 그의 선택을 되돌릴 아무런 힘도 능력도 없지만, 그를 향한 아이들의 간절한 눈빛을 대신 전하고 싶었다. 그의 부재를 알게 된다면 아이들도 적잖은 충격을 받을 것이다.

공교육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그의 다짐은 마음에도 없는 흰소리다. 알다시피, 사교육의 광풍은 공교육의 '보완재'가 아니라 '대체재'라는 인식이 뿌리내린 결과다. 그의 선택과는 달리, 여전히 학교에서 아이들과 만나고 싶다는 걸 에둘러 표현한 것일 뿐이다.

동료 교사 열이면 열, 그를 잃는 건 학교의 크나큰 손실이라고 말한다. 없는 정원까지 만들어서라도 그를 붙잡아야 한다는 이들도 있다. 하나같이 안타까운 심정을 쏟아내고 있지만, 그러자면 그가 임용시험을 통과하는 것 외에는 딱히 방법이 없다.

천생 교사인 그의 사교육행은 내게 두 가지의 숙제를 던져주었다. 하나는 기간제 교사에 대한 차별이 여전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교사 임용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서둘러 대안을 모색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그는 기간제 교사라는 사회적 낙인에 무척 힘들어했다. 흔히 학벌 구조에 길들어진 아이들에게 기간제 교사는 '2등급 교사'로 치부된다. 당장 내년이면 그만둘지도 모르는 교사에게 자녀의 생활기록부를 맡기는 건 곤란하다며 항의하는 학부모도 적지 않다.

학교에서 그는 기간제 교사라는 걸 잊고 지냈다고 한다. 동료 교사와 아이들로부터 무한 신뢰를 받고 있는 까닭이다. 몇몇은 그에게 다른 교사에게는 없는 '까방권'이 있다고 귀띔했다. 교사에 대한 조롱과 욕설이 난무하는 SNS에 그의 이름 뒤에는 깍듯이 존칭이 붙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교 밖에선 달랐다. 사회에서 기간제 교사라는 낙인은 그에게 무시로 모멸감을 안겼다. '교사 아닌 교사'로 얕잡아 보는 인식이 팽배해 어딜 가나 주눅이 든다고 했다. 기간제 교사가 적시된 재직 증명서를 유치원에 제출할 땐 아이 앞에서 괜히 어깨가 움츠러들었단다.

교사보다 기간제라는 글자에 더 주목하는 사회에서, 자신의 주눅 든 모습이 아이에게 전이될까 노심초사하는 얼굴이었다. 아이가 기간제라는 말의 의미를 알게 되기 전에 굴레를 벗어나고 싶다고 했다. 어쩌면 이는 아이에게 기간제를 물려주지 않겠다는 다짐일지도 모른다.

새삼스럽지만, 기간제 교사는 결코 2등급 교사가 아니다. 그들 중엔 교육에 대한 열정과 수업 능력에서 선배 교사들을 부끄럽게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들을 통해 새로운 교육의 패러다임과 수업 기술을 깨치는 등, 젊은 그들은 매너리즘에 빠진 교사 집단의 매서운 죽비다.

단지 그들은 임용시험이라는 바늘구멍을 통과하지 못했을 뿐, 교사로서 자질과 역량이 부족한 건 아니다. 다 그렇다고 말하긴 뭣하지만, 당당히 임용시험에 합격한 교사 중에도 도저히 학교에 있어서는 안 될 것 같은 분들도 존재한다. 마치 복불복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교사가 갖추어야 할 자질과 역량은 임용시험과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 단언컨대, 이를 부정하는 교사는 단 한 명도 없다. 교직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보니 경쟁이 치열해지고, 극소수의 합격자를 변별하려다 보니 시험 문제가 갈수록 시시콜콜해지는 양상이다.

누구도 그걸 알아야만 좋은 교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런 걸 달달 외울 시간에 요즘 아이들이 쓰는 '급식체'를 공부하는 것이 차라리 교육적이라고 말할 정도다. 다만, 점수를 매겨 서열을 정하는 것이 공정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시험만이 과연 공정할까?
 
 존경받던 후배 교사의 사교육행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오로지 줄 세우는 걸 공정하다고 여기니, 모든 취준생과 수험생들이 지식을 암기하느라 여념이 없다. 하여 그들이 '형설지공'을 통해 얻은 지식은 합격으로 그 수명을 다한다. 숱한 청년들의 재능과 열정이 버려지는 셈이고, 이는 국가적 낭비다.

백 보 양보해서, 다른 시험은 몰라도, 교사를 뽑는 임용시험만큼은 그래선 곤란하다. 한두 문제 더 맞히는 것보다 아이들과 소통하려는 마음가짐이 백 배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설마 '다음 중 아이들과 소통하려는 마음가짐으로 적절한 것을 고르는' 문제를 내면 된다고 여길까.

점수로 줄 세우는 시험은 공정하게 보일지는 몰라도 전혀 교육적이지 않다. 시험에 종속된 교육은 획일화될 수밖에 없다. 교육과정에서부터 학사일정, 수업 방식에 이르기까지 모든 걸 시험에 맞추게 되고, 그 결과로 평가를 받는다. 지금껏 우리 교육이 보여온 모습이다.

찾아보면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당장 단순 지식을 암기하는 필기고사 위주의 임용시험을 현장 실무 중심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대학 4학년 때 경험하게 되는 형식적인 4주짜리 교육실습을 폐지하는 대신, 기간을 늘려 평가에 반영하는 '인턴' 제도를 도입하면 어떨까.

사립학교의 경우, 이사장 등 임용권자의 의중에 따라 결정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면, 평가에 동료 교사와 학생들이 참여하도록 하면 된다. 학교별 인사위원회의 구성을 대폭 확대하자는 것이다. 그러자면 교사회와 학생회의 실질적인 법제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시험만이 공정하다는 맹목적인 인식이 해소되어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교사의 자질과 역량은 시험으로 가려낼 수 없다. 천 년 전 도입된 과거제는 호족을 견제하고 왕권을 확립할 의도라도 있었지만, 지금의 시험 만능주의는 대체 누구를 위한 건가.

부디, 모든 아이들이 존경하는 스승이자, 동료 교사들에게 귀감이 돼준 그의 건투를 빈다.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지만, 아직도 그가 영원히 동료 교사로 남아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떠나는 그가 오랫동안 그리울 것이다.(오마이뉴스, 2020년 10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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