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환자 10명 안돼 적자 허덕"
상반기 소아과의원 89개 사라져.. 작년 한해 폐업한 숫자와 맞먹어
전공의 지원자 줄어 정원 밑돌아
지원자 한명도 없는 대학병원도

 

 
얼마 전 의사 A 씨는 20년간 한자리를 지키며 운영한 소아과 의원의 문을 닫았다. 진료를 계속 하기엔 경영 상황이 너무 심각했다. A 씨는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무료 접종 말고는 환자가 하루에 10명도 되지 않았다”며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개원 2년째인 한 소아청소년과 원장 B 씨도 최근 폐업을 고민 중이다. 개원 이후 경영 상태가 크게 나아지지 않던 차에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환자가 더 줄었기 때문이다.

저출산으로 어려움을 겪던 소아청소년과 의원 중에서 문을 닫거나 폐업 직전에 몰린 사례가 늘고 있다. 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에만 소아청소년과 의원 89곳이 문을 닫았다. 지난해 1년간 폐업한 의원 수(98곳)의 90%에 해당하는 수치다. 소아청소년과 의원을 찾는 환자의 대부분은 호흡기 환자다. 올해 호흡기 질환 발병이 크게 줄었고,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병원 방문 자체가 급감한 탓이다. 심평원이 집계한 올 상반기 의원급 진료환자 수를 보면 소아청소년과는 전년 대비 17.5% 줄었다. 감소 폭이 전체 진료과 평균(4.9%)의 3배가 넘는다.

소아청소년과를 지원하는 의사도 줄고 있다. 연간 20만 명의 어린이 환자를 진료하는 서울의 한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관계자는 “11월 말에 있을 모집공고를 앞두고 이달 초 병원 내 인턴을 상대로 지원자를 미리 확인해 봤는데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10월 30일∼11월 8일 전국 37개 수련병원(총 정원 120명)의 전공의 지원율을 미리 파악한 결과 12개 병원에서 23명 지원에 그쳤다. 나머지 25개 병원에는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다. 은백린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이사장은 “이대로라면 11월 말 전공의 1차 모집 때 지원율이 30∼40%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5년 123.9%였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2017년 113.6%, 지난해 78.5%까지 낮아졌다.

동네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없어지면 아이들과 부모가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소아청소년과 의사회와 학회는 저출산에다 코로나19까지 겹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병·의원에 대한 긴급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이제는 정부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라며 “그렇지 않으면 젊은 의사들이 더 이상 어려운 현실에 뛰어들지 않도록 차라리 소아청소년과 폐과 운동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립유치원 등원 줄고 원격수업에부모들 “차라리 집에서 돌보자”

최근 6개월새 원생 6300명 감소

폐원 예고에 맞벌이부부 반발… 내년 ‘국공립’ 입학 더 치열하듯

“내년에 유치원을 닫습니다.”

얼마 전 서울 강남구의 한 사립 유치원이 학부모에게 공지한 ‘폐원 예고’다. 이 유치원은 문을 연 지 30년이 넘었다. 이곳을 졸업한 학부모들이 다시 자녀를 보낼 정도다. 저출산 여파로 과거에 비해 원생이 줄기는 했지만 입학생 수는 꾸준한 편이었다. 하지만 올해 상황이 달라졌다. 현재 유치원생은 약 70명. 정원의 절반 수준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결정적이었다. 개학이 늦어지고 등원 일수가 줄며 쪼그라든 원생 규모가 하반기에도 회복되지 않았다. 내년 상황도 여의치 않아 보이자 결국 유치원은 폐원을 결정했다.

교육청과 한국사립유치원협의회(한사협)는 “최근 폐원 절차를 상담하는 사립 유치원이 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학기 중에는 문을 닫을 수 없기 때문에 진급이나 동생의 입학을 준비 중인 학부모에게 폐원을 미리 알리는 유치원이 많다. 아이를 새로 유치원에 보낼 예정이거나, 기존에 자녀를 보내던 학부모 모두 난감할 수밖에 없다.

보통 유치원마다 원생 수는 매달 조금씩 늘어난다. 아이의 성장을 고려해 입학을 늦추는 경우가 많아서다. 하지만 올해 사립 유치원 상황은 정반대다. 9일 교육부에 따르면 올 3월 사립 유치원에 다니는 아동 수는 43만1787명이었다. 하지만 9월에는 42만5477명으로 6310명 감소했다. 같은 기간 국공립 유치원은 17만4415명에서 17만8860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국공립(17만5847명→18만421명)과 사립(45만4605명→45만6776명) 모두 원생 수가 증가했다.

교육당국과 유치원들은 코로나19 영향을 첫손가락에 꼽았다. 한 사립 유치원 관계자는 “어차피 유치원에 제대로 가지 못하거나 원격수업을 듣는데 매달 유치원비를 내느니 아이를 집에서 돌보며 월 10만 원씩 양육수당을 받는 게 낫다는 분위기가 컸다”며 “원비 수입은 줄어드는데 교사 인건비 등 운영비는 그대로라 너무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한사협 관계자는 “출산율 저하로 올해 사립 유치원 원생 수가 지난해보다 2만 명 줄었는데 코로나19 탓에 아예 그만두는 아이도 많았다”며 “유치원을 더 이상 못 하겠다는 원장들이 많다”고 말했다.

사립 유치원이 대거 문을 닫으면 가뜩이나 ‘바늘구멍’인 국공립 유치원의 입학은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또 맞벌이나 한부모 가정의 어려움은 더 크다. 대부분의 사립 유치원은 국공립에 비해 늦은 시간까지 아이를 돌보거나 방학 기간이 짧아 일하는 엄마의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폐원 예고를 둘러싸고 유치원과 학부모가 갈등을 겪는 곳도 있다. 서울 서초구의 한 사립 유치원은 최근 ‘내년에 폐원하겠다’고 공지했다가 학부모 반발이 심하자 일단 내년까지 운영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경기 군포시에서는 사립 유치원 4곳이 동시에 폐원을 예고해 학부모들이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교육당국은 저출산이 계속되고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사립 유치원 폐원 추세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동아일보, 2020년 11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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