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수시비율 결정권한 없는 교육부가 주요大에 압력 논란

교육부가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이 대입을 치르는 2020학년도부터 정시전형 모집인원 확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으로 대표되는 수시전형의 불투명성이 여론의 뭇매를 맞는 상황인 만큼 정시 확대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당초 수시 확대를 추진해오던 교육부의 정책이 갑자기 바뀐 것인지 명확하지 않아 수험생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더욱이 수시·정시 비율 결정에 권한이 없는 교육부가 대학에 직접적인 의사를 타진하면서 절차적인 정당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30일 서울시내 주요 대학에 따르면 최근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10여 개 주요 사립대 총장에게 2020학년도 수능에 정시 모집인원을 확대할 수 있는지에 대해 문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박 차관은 총장들을 직접 만나거나 전화를 통해 각 대학의 정시 인원 확대 가능 여부를 알아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한양대 이화여대 중앙대 경희대 한국외대 등 입학처장은 이날 오전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정시모집 인원 확대에 대해 논의했다고 한다.

교육부는 박 차관의 이 같은 의사 타진에 대해 "국민의 염원인 단순 공정한 입시에 대해 대학과 의견을 나눴다"며 "특히 급격한 수시 확대와 정시 축소는 다양한 상황에 대한 수험생의 기회를 축소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논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2014학년도 대입에서는 수시모집 비율이 66.2%였지만 2019학년도에는 76.2%로 확대됐다.

특히 지난 1월 한 설문조사에서 정시가 수시보다 공정하다고 답한 학생이 81.8%에 달할 만큼 정시 확대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만 교육부의 이 같은 정책 기조 변경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학에서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한 대학 입학처장은 "주초까지만 해도 수능(정시) 비중을 줄이려는 것처럼 하더니 갑자기 차관이 늘리라고 하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의 입학처장 역시 "차관의 의사 표현이 여론을 의식한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교육부의 기조가 바뀐 것인지 혼란스럽다"고 밝혔다.

 

특히 차관이 대학 총장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대학의 수시·정시 비율에 대해 문의한 절차 역시 지적받고 있다. 대학이 수시·정시 비율을 정하는 데 교육부는 아무런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차관이 총장에게 입시 때문에 전화하는 사례는 처음 본다"며 "차관 말을 안 들으면 지원사업 시 불이익을 준다는 말밖에 더 되느냐"고 말했다. 지난 정권 국정농단 사건 변호에 몸담았던 한 변호사는 "차관이 대학에 의사를 묻기만 했다는데 그럼에도 대학은 외압이라고 느꼈을 것"이라며 "지난 정권 기준으로 보면 직권남용으로 봐도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2018년 4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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