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학종=깜깜이 전형' 비난에 대학에 권고
"또 오락가락 입시정책" 수험생·학부모 멘붕

학종 줄이고 정시 늘려라 대입 大혼돈.jpg

대학 입시에서 수시모집 확대 기조를 유지해온 교육부가 갑작스레 정시 확대를 들고 나왔다. 수시 전형의 대표격인 '학교생활기록부종합 전형(학종)'이 합격ㆍ불합격의 기준을 알 수 없어 '깜깜이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다 사교육이나 부모의 도움으로 만들어지는 '금수저 전형'이라는 선입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 입시부터 수시를 줄이고 정시를 늘리라는 교육부의 압박에 일선 대학들도 적지 않게 당황하고 있다. 입시를 앞둔 학생과 학부모들의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이진석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장은 지난 2일 "지난해부터 대입제도포럼 등을 통해 학생과 학부모, 학교 현장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수능, 즉 정시모집 비중을 늘려 달라는 요구가 많았다"며 "최근 일부 대학 총장 등을 만난 자리에서 이같은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교육부 자체 검토 결과 지난 2007년 이후 대학들의 정시 축소 및 수시 확대 경향이 더욱 가속화되면서 수시 대 정시 선발 비율이 8대2까지 벌어졌고, 2020학년도에는 9대1까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일부 수시 선발비중이 높은 대학들에 '권고' 수준의 의견을 전달했다는 설명이다.

◆ '정시' 늘리라는 교육부에 대학들 '당황'= 교육부가 올해 서울대ㆍ연세대ㆍ고려대의 전형 유형별 모집인원을 분석한 결과, 이들 학교의 2019학년도 학종 모집인원은 6455명으로 전체 모집인원(1만1133명)의 58.0%를 차지했다. 전체 전형에서 학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5학년도 38.9%에서 2019학년도 58.0%로 19.1%포인트나 급증했다.

반면 수능 전형 모집비율은 같은 기간 24.9%에서 19.4%로 5.5%포인트 감소했다. 특히 고려대의 경우 학종 비중이 2017학년도 18.0%에서 2018학년도엔 63.9%로 1년만에 3배 이상 치솟았다. 동국대와 서강대, 성균관대 등도 학종 비중이 10%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수시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지고 있는 현상을 우려한 교육부는 각 대학들에 정시 확대를 유도하고 나섰다. 지난달 중순 박춘란 교육부 차관이 서울대와 고려대 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정시 비중 확대를 언급했고, 중앙대와 경희대, 이화여대에는 박 차관이 직접 전화를 걸어 역시 높은 수시 비중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장 연세대가 1일 보도자료를 내고 2020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전년도보다 125명 늘린 1136명을 선발, 전체 모집인원 중 33.1%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성균관대 등 다른 대학들도 정시 선발 인원을 4∼5%포인트 가량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학들은 정시 확대 여부와는 별도로 교육부의 요구가 무리하다는 점을 토로한다. 대학이 정부의 재정지원사업에 매달리는 상황에서 교육부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데, 그동안의 수시ㆍ학종 위주 정책에서 정치 확대로 급격히 선회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교육부는 2020학년도 이후의 대입 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아직 확실한 답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이 실장은 "2022학년도 이후의 장기적인 대입제도의 큰 틀은 앞으로 국가교육회의 등을 통해 논의될 예정"이라며 "다만 그 전에 단기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수시와 정시 비중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학종을 확대할지 여부는 전적으로 대학이 결정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 '오락가락' 입시정책'에 '갈팡질팡' 학부모= 교육부의 정시모집 확대 정책에 입시 현장은 혼란에 빠졌다. 당장 2∼3년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입시정책 때문에 애꿎은 수험생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고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김모(50ㆍ서울 목동) 씨는 "입시가 일년 반 밖에 안남았는데 갑자기 정시를 늘린다 하면 그동안 수시다, 학종이다 애써 준비해온 수험생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냐"며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교육부 관료의 발언은 너무 무책임하다"고 질타했다.

또 다른 고1 학부모 채모(52ㆍ경기 일산) 씨는 "수시로 대학 가려고 내신 따기 유리한 일반고에 진학했는데, 입시가 어쩌면 이렇게 하루 아침에 흐름이 바뀔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교육 시민단체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은 "수능 최저기준 폐지는 수시 이월 차단으로 정시를 축소시키고, 학종을 더 깜깜이ㆍ불공정 전형으로 변질시켜 음서제로 전락시킬 것"이라며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는 것은 정시모집을 50% 이상으로 확대하고 수능 최저기준 폐지계획을 철회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교육부의 정시 확대 정책이 입시 포퓰리즘이라고 비판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은 "수능은 '표준화 검사'라는 20세기 중반의 낡은 측정 방식이라 미래사회에 걸맞지 않은 평가방식이자 한국 특유의 살인적인 입시 경쟁 풍토 속에서 1점에 집착하는 고통과 낭비를 야기하는 평가방식"이라고 비판하고 "교육부가 수능을 위주로 한 정시모집을 늘리기보다는 수시모집의 부작용을 줄일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아시아경제, 2018년 4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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