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알래스카를 단돈 720만 달러를 받고 미국에 팔아버린 지 지난달 30일로 140년이 됐다. '비극적인 기념일'을 맞은 러시아의 분위기는 침통하다. 알래스카의 경제. 전략적 중요성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알래스카 지하에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석유.가스 자원이 묻힌 것으로 최근 확인되면서 러시아의 배앓이는 한층 심해지고 있다. 러시아 주요 언론들은 "금싸라기 같은 땅을 ㎢당 겨우 5달러에 팔아넘겼다"며 안타까움을 전하고 있다. 러시아 내 일부 보수 정치 진영에선 거액을 들여서라도 잃어버린 땅을 되찾아 와야 한다는 현실성 없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황금의 땅 알래스카=알래스카에는 현재 미국 전체 석유.석탄 매장량의 50%, 주석 매장량의 80%, 니켈 매장량의 20%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석유만 보면 확인 매장량만 45억 배럴에 이른다. 현재 국제 시세로 치면 2700억 달러(약 250조원)에 달한다. 미국은 1973~77년 길이 1285㎞의 알래스카 종단 송유관을 건설해 하루 200만 배럴의 석유를 캐내고 있다.

알래스카 인근 해상에도 석유 자원이 풍부히 매장된 것으로 알려진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월 초 알래스카 브리스틀만 인근 해역의 석유 및 가스 시추 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환경보호 단체 등이 멸종 위기에 처한 고래와 바다표범의 서식지를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로 반대해 온 해상 석유 개발에 고삐를 풀어준 것이다. 이 조치로 앞으로 알래스카 해상의 석유.가스 자원 개발 사업이 한층 가속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알래스카 인근 해역에는 어업 자원도 풍부하다.

◆배 아픈 러시아=러시아는 알렉산드르 2세 시절인 1867년 알래스카를 미국에 매각했다. 당시 제정 러시아의 수도였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통치가 어렵고 관리비용도 많이 든다는 이유에서였다. 오스만튀르크와의 크림 전쟁(1853~1856년)으로 국고가 바닥난 데다 영국이 무력으로 알래스카를 점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매각을 부추겼다.

미국에서도 처음엔 알래스카 매입을 두고 비판 여론이 쏟아졌다. 계약에 서명한 윌리엄 슈어드 국무장관은 "거액의 돈을 바람에 날려보냈다"는 비난을 받았다. 미국 땅이 된 뒤에도 알래스카는 한동안 '얼음 창고' '북극곰의 정원' 등으로 비아냥의 대상이 됐다.

그러다 19세기 말 이곳에서 금광이 발견되고 뒤이어 대규모의 석유.가스 자원이 발견되면서 상황은 180도 변했다. 계약을 밀어붙인 앤드루 존슨 대통령과 슈어드 국무장관은 단번에 영웅으로 부상했다.

알래스카는 1741년 덴마크 출신의 러시아 탐험가 비투스 베링에 의해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러시아 황제의 명령으로 시베리아와 아메리카 대륙이 연결돼 있는지 조사하던 중 우연히 발견했다. 러시아는 극지방에서 서식하는 털 짐승의 모피에 대한 관심으로 이곳에 지사를 파견해 직접 통치했다. 황금의 땅을 거저 줍다시피 한 미국은 1959년 알래스카를 49번째 주로 지정했다.

(중앙일보, 4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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