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개발원 여론조사..초중고 학부모도 수능 선택, '사교육 심화됐다' 42.5%..94.7% '사교육비 부담'
소득수준이 낮은 학부모도 대학입시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위주 전형을 더 선호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소득이 높을수록 수능이 중심이 되는 정시를 지지하는 일반적 경향에서 벗어난 결과다. 2~3년 전보다 사교육 실태가 심화됐다고 느끼는 국민이 10명 중 4명으로 늘었다.
19일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8~9월 만 19~74세 남녀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9년 교육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중·고 학부모의 31.6%가 대학입학전형에서 수능이 가장 많이 반영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어 특기·적성(25.1%) 인성·봉사활동(21.8%) 고교 내신 성적(14.8%) 순이었다. 2018년 조사와는 다른 결과다. 2018년 조사에서는 특기·적성이 30.3%로 가장 많았다. 수능은 28.1%로 2순위였다. 인성·봉사활동(19.1%)과 고교 내신 성적(14.0%)은 순위에 변동이 없었다.
대학입시를 경험해 본 대학생 학부모는 수능을 선호하는 경향이 더 강했다. 36.0%가 수능을 선택했다. 특기·적성(22.5%)이나 인성·봉사활동(22.5%)보다 13.5%p나 많았다. 전체 응답자도 수능(30.8%) 특기·적성(25.6%) 인성·봉사활동(23.4%) 순으로 선택했다. 2018년 조사 때도 전체 응답자와 대학생 학부모는 대입에서 가장 많이 반영해야 할 요소로 특기·적성보다 수능을 선택했었다.
교육개발원에 따르면 2011~2012년 조사 때는 고교 내신 성적을 선택한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는 2015년을 제외하곤 특기·적성이나 인성·봉사활동에 대한 응답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2018~2019년 조사에서는 수능으로 1순위가 바뀌었다.
교육개발원은 "2018년 대입제도 개편 과정에서 대입전형자료에 대한 다양한 논란이 제기되면서 수능시험을 주요 전형자료로 활용하자는 여론이 높아진 것이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특기·적성이나 인성·봉사활동에 대한 응답 비율이 25.6%와 23.4%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 또한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수능을 활용하자는 여론이 다소 높아지기는 했으나 문제풀이식 교육이나 점수 위주의 선발에 대한 부정적 여론 또한 강력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소득 수준에 따른 조사에서도 2018년과는 사뭇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월소득 200만원 미만인 응답자도 대입에서 가장 많이 반영돼야 하는 것으로 수능(29.3%)을 선택했다. 역시 특기·적성(26.5%)이 2순위였고 인성·봉사활동(24.9%)이 3순위였다.
2018년 조사에서는 특기·적성이 28.6%로 1순위였고 수능(24.9%)이 2순위였는데, 2019년 조사에서는 역전됐다. 월 200만 미만 응답자의 수능 선택 비율은 18.5%(2015년) 19.7%(2016년) 21.4%(2017년) 24.9%(2018년)에서 29.3%로 꾸준히 높아지다가 올해는 1순위로 올라섰다.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수능 위주 정시전형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기존 인식과 달리 월 200만원 미만 응답자도 수능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조국 사태'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교육여론조사은 지난해 8월12일부터 9월6일까지 실시했다. 조사 기간이 조국 사태와 겹친다.
조국 서울대 교수가 민정수석을 마치고 법무부장관에 지명된 것이 지난해 8월9일이다. 같은달 19일부터 딸 장학금·입시특혜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9월1일 '대학입시제도 전반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한 입시전문가는 "대학입시를 겪어보지 않은 초·중·고 학부모나 월 200만원 미만 학부모까지 대입에서 수능을 가장 많이 반영해야 한다고 선택한 것은 '조국 사태'의 파급효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조국 사태를 보면서 입시를 모르는 사람도 수능이 공정하다고 느끼는 계기가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수능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경향은 여전했다. 월소득 400만원 이상 600만원 미만인 응답자는 30.1%가 수능을 선택했다. 특기·적성은 25.5%, 인성·봉사활동은 23.1%였다. 월소득 600만원 이상 응답자는 수능을 선택한 비율이 38.2%로 더 높아졌다. 특기·적성은 21.5%, 인성·봉사활동은 20.5%였다.
반면 월소득 200만원 이상 400만원 미만 응답자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특기·적성이 28.4%로 가장 많았다. 수능(26.7%)은 근소한 차이로 2위에 머물렀다. 인성·봉사활동(25.5%)을 고른 응답자와도 큰 차이가 없었다.
◇사교육 시키는 가장 큰 이유는 '남들보다 앞서 나가게 하기 위해서'
사교육비 부담과 고통은 더 커졌다. 2~3년 전과 비교해 보면 사교육이 어떻게 변했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더니 42.5%가 '심화됐다'고 응답했다. 전년 29.3%에서 13.2%p 높아졌다. 특히 '다소 심화됐다'는 응답이 전년 19.9%에서 30.9%로 높아졌다.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의견이 51.9%로 가장 많았다. '줄어들었다'는 의견은 5.8%에 불과했다.
교육개발원은 "2017년 조사 이후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의견의 응답률은 낮아지고 다소 심화됐다는 의견의 응답률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런 경향은 초·중·고 학부모 응답자 집단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초·중·고 학부모의 경우 '심화됐다'는 의견이 2018년 32.1%에서 2019년 46.2%로 높아졌다.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응답은 51.6%에서 48.5%로 낮아졌다. '줄어들었다'는 16.3%에서 5.3%로 급감했다.
자녀의 사교육을 위해 지출하는 비용이 가계에 부담이 된다는 응답은 2018년 88.4%에서 2019년 94.7%로 늘었다. 초·중·고 학부모도 94.5%가 부담이 된다고 응답했다. 초등학교 94.9%, 중학생 94.4%, 고등학생 94.3% 등 자녀의 학교급에 관계 없이 학부모 대부분이 부담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자녀에게 사교육을 시키는 가장 큰 이유가 2017~2018년 조사와 달라졌다. '남들보다 앞서 나가게 하기 위해서'가 24.6%로 가장 많았다. 전년 1위였던 '남들이 하니까 심리적으로 불안하기 때문에'라는 응답은 23.3%로 2순위로 내려갔다. 이어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보다 더 높은 수준의 공부를 하도록 하기 위해서'(17.6%) '사교육을 하지 않으면 학교 수업을 잘 따라가지 못해서'(14.8%) 순이었다.(뉴시스1, 2020년 1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