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간다.. 경찰, 엘리트 인재 유출 어쩌나
경찰 안팎서 "로스쿨 입학 제도 만들자" 주장도
경찰대를 졸업한 후 의무복무를 이행하지 않고 조기 퇴직하는 경찰관이 최근 7년 동안 약 1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경 수사권 조정 등으로 업무량은 폭증한 반면 승진·급여 등 처우는 개선되지 않으면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선택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따라 수사력을 끌어 올려야 하는 경찰은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뾰족한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6일 경찰청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까지 경찰대 졸업 후 의무복무를 이행하지 않고 조기 퇴직한 경찰관은 97명이다. 연도별로 ▲2016년 21명 ▲2017년 13명 ▲2018년 21명 ▲2019년 8명 ▲2020년 10명 ▲2021년 12명 ▲2022년 12명이다. 2021학년도부터 경찰대 신입생 정원이 50명으로 줄어든 것을 고려하면 매년 신입생의 20% 이상이 조기 퇴직하는 셈이다.
현행법상 경찰대 학생들은 졸업 후 6년 동안 경찰로 복무해야 한다. 이 기간 내 퇴직을 하게 되면 경찰대 재학 당시 세금으로 지원 받았던 학비·기숙사비 등 경비를 상환해야 한다. 올해 경찰대 졸업생의 상환경비는 6769만1500원이다.
이들이 조기 퇴직하는 가장 큰 이유는 로스쿨 진학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경 수사권 조정 등으로 권한은 늘어났지만 인력 충원이 더뎌지면서 업무량이 증가한 데다 급여는 늘지 않고 승진 적체까지 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사법시험준비생모임에 따르면 작년 기준 전국 25개 로스쿨에 재학 중인 경찰대 출신은 총 163명이다. 작년에만 80명이 입학했다.
실제 경찰관들의 ‘로펌 러시’는 계속되고 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따르면 작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로펌 이직을 승인 받은 퇴직 경찰관은 총 62명이다. 변호사부터 자문위원, 고문, 국장, 실장 등 직책도 다양하다.
이에 경찰 안팎에서는 엘리트 인재인 경찰대 출신들의 이탈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이은 검수완박에 대비해 전문성과 수사력을 한층 끌어 올려야 하는 경찰 입장에서는 경찰대 출신 1명이 아쉬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아예 현직 경찰관이 로스쿨에 진학할 수 있는 공식 제도를 만들자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달 16일 열린 국가경찰위원회 회의에서는 “경찰대 의무복무 기간 중 퇴직 사유로 로스쿨 진학이 많다”며 “재직자들이 적법한 휴직을 통해 로스쿨 졸업 후에도 경찰에서 계속 복무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등의 논의과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별다른 대책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현직 경찰관들을 로스쿨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한다면 당장 ‘경찰관이 변호사 되는데 세금을 써야 하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변호사 자격을 갖춘 경찰관이 계속 경찰 조직에 남아 있으리란 보장도 없을 뿐더러 다른 직렬 공무원과의 형평성 문제도 대두된다. 경찰 관계자는 “현직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한 로스쿨 입학 제도와 관련해서는 검토되고 있는 내용이 없다”고 전했다.(조선일보, 2022년 06월 0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