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패널조사 학술대회서 논문 발표…연평균 공시생 23만7천명 달해
"시험 준비 실패는 일자리 질에 큰 악영향"
공무원 시험 열풍으로 인한 국가적 낭비를 줄이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2일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박성재 한국노동연구원 전문위원은 지난 10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고용패널조사 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공무원 시험 실패의 중단기 노동시장 성과' 논문을 발표했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하 공시생)은 2015년 21만8천명에서 지난해 27만9천명으로 6년 사이 6만1천명 증가했다. 이 기간 연평균 공시생은 23만7천명으로, 전체 취업시험 준비자의 33.7%다.이 같은 공무원 시험 열풍은 사회·경제적 손실로 이어진다.
박 위원은 "기업에 취업하거나 창업을 통해 국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우수 인재까지 공무원 시험에 몰리는 것은 큰 문제"라며 "시험 준비를 위해 장기간 비경제 활동 인구 상태로 있으면 국가적 생산·소비 측면에서 손해가 크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한국고용정보원의 청년패널을 토대로 대졸 청년 3천135명을 표본으로 공시생들의 특성을 분석했다.
3천135명 중 공시생은 20.5%(643명)이다. 시험 종류별로는 고시 107명, 7급 131명, 9급 520명(이상 중복 포함)이다.
643명 중 합격자는 16.0%(103명)에 불과했다. 공시생 84%는 낙방의 고배를 마셨다.
대학 소재지별로 살펴보면 수도권과 비교해 지역 일자리 상황이 좋지 않은 호남·영남 대학 출신의 공시생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호남에 있는 대학 출신의 공시생 비율은 25.2%로 가장 높았고, 대구·경북은 24.5%, 부산·울산·경남은 23.2%로 비슷했다. 반면 서울은 9.4%에 불과했다.
이는 서울에는 다른 일자리 기회가 많고 서열이 높은 대학이 있어 취업의 문이 상대적으로 넓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고시의 경우 공부해야 할 양이 많아 7급이나 9급 시험보다 평균적인 공부 기간이 길기 때문에 중도에 시험공부를 그만둘 확률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고시 준비생들은 시험공부를 그만두더라도 첫 일자리를 얻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7급이나 9급보다 짧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고시는 상대적으로 서열이 높은 대학을 나왔거나 학업 성적이 좋은 학생이 주로 준비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박 위원은 전했다.
공무원 시험 준비 실패는 일자리 질에 큰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 졸업 3년 차를 기준으로 공무원 시험 준비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사람의 시간당 임금은 공무원 시험을 본 적 없는 사람보다 5.6% 적지만, 졸업 5년 차에는 차이가 12.1%로 커졌다.
박 위원은 "일자리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노동시장 구조상 좋은 일자리부터 인재가 채워진다"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가 노동시장에 진입하면 그만큼 질이 떨어지는 일자리를 얻을 확률이 커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졸자의 20% 안팎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것은 국가적 낭비"라며 "공시 열풍을 억제하고 중도 포기자들을 돕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연합뉴스, 2022년 06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