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준공 10년을 맞은 ‘이어도 해양과학기지’가 제주 마라도 서남쪽 149km 지점에 우뚝 솟아 있다. 이어도의 유인기지화를 앞두고 국립해양조사원은 5년마다 실시되는 정밀 안전진단에 나섰다. 15일 해양조사원 선박이 정밀진단을 위한 직원들을 태우고 기지로 접근하고 있다.
제주 최남단 마라도에서 서남쪽으로 149km 떨어진 곳에 있는 이어도입니다. 섬이라기보다는 사실 꼭대기가 수면에서 4.6m 아래에 있는 수중 암초인데요, 정부가 이곳을 해양 전초기지로 삼아서 지난 2003년에 종합해양과학기지를 세웠죠. 올해로 설립 10년을 맞았습니다.
이어도 해안기지에 박성태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서귀포에서 배로 5시간. 망망대해 속에 이어도 해양과학기지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가로 세로 20m의 철골 구조물. 육중한 네 개의 다리가 10년의 파도를 견뎌냈습니다.한달만에 다시 찾은 해양기지. 조사관은 점검작업을 위해 며칠간 이곳에 머뭅니다.
기지 내부에는 상황실과 선실, 식당과 화장실이 있습니다.
체류하는 동안 제일 중요한 건 역시 물입니다.
[김태헌/국립해양조사원 주무관 : 물이 가장 귀하기 때문에 설거지나 화장실 생활용수는 최대한 아껴서 쓰고 있습니다.]
이어도에서 가장 가까운 곳은 마라도(149km). 중국(287km)은 거리가 두 배 정도입니다.
국제 관행대로라면 중간선을 그으면 이어도는 우리 배타적 경제수역 안에 들어옵니다.
하지만 중국은 수역설정을 위한 협상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어도가 어업과 해양자원, 해운 등에서 모두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황금어장인 이어도 주변에는 늘 이렇게 어선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모두 오성홍기를 단 중국어선들입니다.
한국 어선들은 하나도 보이질 않습니다.
[김희진/국립해양조사원 선장 : 예전에는 많이 왔었던 것 같은데 기름값 때문인지 중국 배와 얽히기 싫어서 인지 (우리 어선이 안 보입니다.)]
해경 경비함과 순찰기만 해양기지를 지킵니다.
[오재홍/해경 경비함 함장 : 이어도 해양과학기지 안전확보를 위해 주변 중국 어선들의 접근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사이렌 등을 이용하여 중국어선에게 경고방송을…]
이어도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더욱 커지면서 정부는 앞으로 365일 조사관을 배치할 계획입니다.
우리 해양주권을 더욱 강화한다는 전략입니다.(6월 19일, 중앙일보)
이어도는 ‘도(島)’란 이름을 가졌지만, 섬이 아니다. 꼭대기가 수면 4.6m 아래에 있는 수중 암초다. 파도가 10m 이상 칠 때에야 간신히 섬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옛 제주 사람들에게 이어도는 ‘가면 돌아오지 못하는 곳’, 또는 ‘이상향(理想鄕)’으로 전해졌다. 쪽배를 타고 가다 이어도를 봤다는 건 곧 10m가 넘는 파도에 난파했다는 얘기다.
이달 15일 제주 서귀포항에서 배를 타고 5시간을 달려 도착한 이어도 기지는 수십m 앞도 내다보기 힘들 정도의 해무(海霧)에 싸여 있었다. 5개 층 철계단을 힘겹게 올랐다. 꼭대기 헬기착륙장에 도착하니 ‘통통통…’, 짙은 안개 너머로 낡은 디젤엔진소리가 제법 요란하다. 틈틈이 중국어 말소리가 들리더니, 안개가 잠시 뒤로 물러나자 중국의 국기인 빨간색 오성홍기를 내건 중국 어선들이 눈에 들어왔다. 한국 해경의 1500t급 무장함정 1501호가 간혹 사이렌을 울리지만, 단속은 없다. 중국 어선이 이어도 기지로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뿐이다. 이어도 해역은 중국보다 한국이 더 가까운 곳이지만 한국 어선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찾아볼 수 없다. 중국 연안의 남획으로 어족자원이 말라버리자 중국 어선들이 이어도 어장까지 진출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