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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변과 행주산성 지켜낸 조선의 비밀병기

지난달 21일 전남 고흥만 경비행장 활주로에서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채연석 박사팀의 ‘신기전(神機箭) 복원 시험발사’ 행사가 개최되었다. 이날 채연석 박사팀은 소신기전 60발, 중신기전 60발, 대신기전 3발, 산화신기전 3발 등 네 종류의 신기전 모두를 발사했다.
이 신기전 복원 시험발사는 9일로 예정된 나로호 2차 발사를 앞두고 사전에 붐을 조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졌다. 나로호과 신기전이 무슨 관련이 있기에 이런 행사가 개최되었던 것일까? 그것은 신기전이 바로 조선의 강력한 로켓 무기였기 때문이다.


조선의 로켓 무기 '신기전'
신기전은 고려 말 최무선의 ‘주화(走火)’를 개선해 만든 무기이다. 최무선이 만든 주화가 고려 시대에 사용되었다는 기록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1447년 11월 22일자의 세종실록에 의하면 주화가 로켓형 화기이며 신기전의 초기 모델이었음을 알 수 있다. 즉 주화가 금촉주화→세주화→금촉소주화→소주화를 거쳐 소신기전으로 이름이 바뀌며 개량 발전된 것이다.
신기전이라는 이름이 처음 등장하는 것은 1448년 12월 6일 의정부에서 총통전 제조법 및 총통 방사법 등에 대해 상신한 기록에서다. 이에 의하면 중․소 신기전으로 양계(함경도와 평안도 지방)에서는 매년 한 번씩, 나머지 각도에서는 2년마다 한 번씩 쏘기를 연습할 것을 명하고 있다.
그해 9월 간행된 ‘총통등록’에는 새로 전국에 배치된 화포의 주조법 및 화약 사용법이 그림과 함께 상세히 기록되었다. 그러나 총통등록은 전해지지 않아 자세한 수록 내용을 알 수 없었는데, 성종 대 편찬된 국조오례서례 병기도설에 그 일부가 전해지고 있다.
국조오례서례란 예절서인데, 그 속에 숨어 있던 신기전의 설계도가 1975년 채연석 박사에 의해 발견되었다. 이 설계도는 1983년 헝가리에서 열린 제34차 세계우주항공학회에 소개되어 세계에서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로켓 설계도로 인정받았다. 기록상 전해지는 세계 최초의 로켓은 1232년 중국 금나라에서 만든 ‘비화창’으로 알려져 있다.

화차 등장하면서 신기전 위력 배가



길이 1.2m의 소신기전에는 12g, 길이 1.5m의 중신기전에는 44g의 화약이 들어갔다. 소신기전의 사정거리는 약 100m, 중신기전은 약 200m인 것으로 추정한다.
중신기전은 작은 종이통 폭탄을 붙여 목표 지점에 날아가 폭발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소신기전에는 발화통이 부착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 대나무통이나 빈 화살통에 꽂아서 쏘던 중·소 신기전은 1451년 문종 때 화차가 만들어지면서 다연장 로켓처럼 여러 발을 동시에 쏠 수 있게 되었다. 화차는 바퀴가 있는 수레와 신기전의 발사통인 신기전기로 이루어져 있는데, 발사각도를 0도에서 43도까지 조절해 사정거리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었다. 화차의 신기전기는 중·소 신기전 100발을 한 번에 장착하게 되어 있다.
길이가 5.3m에 달하는 대신기전에는 2천900g의 화약이 들어가는데, 약통의 추진력에 의해 대신기전이 적진에 도달하면 발화통의 화약이 터지게 된다. 대신기전의 사정거리는 약 1~2㎞로서, 주로 압록강 너머의 오랑캐를 향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대신기전과 크기가 비슷한 산화신기전은 세계 최초의 2단 로켓이었다. 1단 로켓을 통해 수백m를 비행한 뒤 2단 로켓인 지화(地火)에 점화되면 목표지점으로 날아가 발화통의 화약이 터진다. 중·소 신기전이 살상용 무기였음에 비해 대신기전과 산화신기전은 주로 적진을 혼란에 빠뜨릴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임진왜란 때 2천300명의 군사로 왜군 3만여 명을 9차례에 걸쳐 격퇴한 행주대첩의 승리도 알고 보면 신기전이란 뛰어난 무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권율 장군은 “뛰어난 화차가 있었기에 승전보를 남길 수 있었다”고 스스로 밝혔다.
신기전은 1728년에 일어난 ‘이인좌의 난’에서도 위력을 발휘했다. 스스로를 대원수라 칭하며 청주성을 점령한 이인좌는 서울을 향해 북상하여 안성에 이르렀다.
이때 반란 진압을 위해 출동한 오명항의 관군이 신기전을 쏘자 비로소 서울의 군사가 온 것을 알고 이인좌의 군대는 겁에 질려 도망쳤다. 이 기록을 끝으로 신기전은 조선시대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Who's 임종옥

profile

임종옥 (Jongox Lim)


- 동국대학교 사범대학 사회교육학과 학사. [지리교육학전공]

- 부산대학교 교육대학원 사회교육학과 석사. [지리교육학전공]

- 부산대학교 대학원 사회교육학과 교육학박사. [지리교육학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