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거문도 추가해 완성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보물 제850호·1861년)가 150여 년이 지나 색을 입고 한글로 다시 태어났다. 최근 나온 '해설 대동여지도'(진선출판사)는 1만2000여개의 한자 지명을 한글로 함께 적고, 먹으로 인쇄해 산과 구별이 어려웠던 강과 바다를 파란색으로 표시했다. 3년에 걸친 작업 끝에 책을 펴낸 최선웅(73) 한국지도제작연구소 대표와 민병준(54) 월간 '사람과 산' 전(前) 편집장을 만났다.
조선 전도를 120장으로 나눠 담은 대동여지도는 펼치면 세로 6.7m, 가로 3.8m에 달한다. 건물로 치면 3층 높이다. 책은 지도 한 장 한 장을 본래 크기의 80%로 축소해 싣고, 오른편에 해설을 적었다. 굳이 인터넷 지도와 내비게이션 시대에 실용성이 떨어지는 지도를 다시 펴낸 이유는 뭘까. "대동여지도는 '고전'이에요. 웹 소설 열풍 속에도 고전의 가치는 여전하잖아요. 위성에서 골프공 분간해 내는 시대에도 이 지도가 여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민병준) 최선웅 대표는 "시중에 돌아다니는 종이 대동여지도는 2004년 '월간 산' 부록이었던 영인본이 전부"라며 "지명은 한자에 책은 흑백이라 쉽게 읽기 어려운데도 중고책 시장에서 10만원을 호가하고, 불법 제본해서 팔리기도 한다"고 했다. 대동여지도의 현대적 수요를 확신한 이유이기도 하다.
최 대표가 총 125장(전도 120장+한양 도성도 및 해설 5장)을 번역하고 민병준씨가 해설을 쓰는 데 1년 반이 걸렸다. 내용을 교정·검토하는 데 또 1년 반. 지명 하나 확인하느라 하루를 꼬박 쓴 적도 셀 수 없다. 최 대표는 "대동지리지와 동여도 등을 보고 명칭을 대조했다"고 했다. 하도 국내 답사를 많이 다녀 해설을 쓸 때면 '물소리와 산소리가 들려왔다'는 민 편집장이지만, 중국 쪽 백두산을 가본 게 전부인 북한 지역 해설을 쓰면서는 고전했다. '구글 어스' 위성사진과 비교하며 가까스로 마무리했다.
최씨는 "김정호가 대동여지도에서 미처 그려 넣지 못했던 독도와 거문도를 추가해 조선 전국지도로서 면모를 되살렸다는 게 가장 큰 보람이었다"고 했다. 우산도(독도)는 김정호가 제작한 청구도(1834)에는 있으나 대동여지도에는 누락됐었다. 민씨는 "목판으로 대동여지도를 만든 것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지도를 접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 것인데 지금은 극소수 전문가만 볼 수 있다"며 "이번 작업을 통해 대동여지도 대중화에 기여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조선일보, 2017년 7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