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지도(경상도), 동국지도(경상도지계리수)
정상기(1678~1752)가 제작한 동국지도는 모두 필사본이며 전국도와 도별도로 되어 있다. 도별도는 각 도 일 매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지면 관계로 함경도는 남북 2매로 되어있고 경기도와 충청도는 합하여 1매로 되어있다. 도별도는 비교적 여러 부가 전해지고 있으나 전도로 합치면 한국전도가 되도록 고안되었다. 함경북도의 우측 하부에 여백을 이용하여 지도를 만들게 된 동기와 범례가 실려 있어 정상기 이전의 지도가 가지고 있던 결점과 정상기의 공헌을 스스로 설명해 주고 있다. 그 내용의 일부를 현대어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지금껏 세계에 행하여 오는 아국 지도는 수많이 있으나, 이것을 보면 사본이나 인본이고 간에 모두 지면의 광협과 모양에 따라 제작한 까닭에 산천 도리가 모두 맞지 아니하여 10여리 근거리에 있는 것이 수백리 원거리에 놓여 있는가 하며, 수 백리 원거리에 있는 것이 10여리 근거리에 위치하면서 동서남북에 뻗쳐 있으며, 혹은 또 그 위치를 전혀 바꾸어 놓기도 하였으니, 만일 이러한 지도에 의하여 사방으로 돌아다니면 하나도 맞는 것이 없어 마치 어둠 속의 여행자나 다름이 없을 것이다. 내가 이를 매우 유감하게 여겨 이 지도를 만든 것이다.”
이 서문의 내용으로 당시까지 동람도 에서와 같이 지면의 광협이나 모양에 따라서 만들어진 지도가 대부분이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정확한 위치나 거리를 나타내기 위하여 이 지도에서는 축척의 개념을 뚜렷이 하고 있다. 평탄한 곳에서는 100리를 1척으로 표시하고, 산협이나 수곡 우회처에서는 1척으로 백 2, 30리를 표시하게 하였다. 즉 산지에서의 이수는 직선거리로 고쳐서 지도에 표시하였음을 말하는 것이다. 삼각측량에서와 같이 직선거리를 과학적으로 구한 것은 아니나 도리도표의 이수를 기준으로 하여 축척에 맞추어 그린 것이다.
이 지도의 또 하나의 특징은 지도의 여백에 서문과 같이 제척을 종으로 표시한 것이다. 그리고 그 옆에 백리척이라고 쓰여 있다. 그 제척의 실제 거리는 약 9.5cm로 표시한 셈이 된다. 따라서 약 42만분의 1의 축척이다. 지도에 이러한 제척을 직접 표시한 고지도는 정상기의 동국지도 이전의 지도에서는 찾아 볼 수 없다. 이런 점으로 보아 지도상에 제척을 이용하여 실제 거리를 산출할 수 있도록 하였다. 성호 이익은 성호사설 동국지도조에서 “백리척을 만들어 거리를 조절하여 지도를 만들었다. 8폭 지도는 원근과 요철을 실제와 같이 볼 수 있으니 실로 기이하고 보배이다.”라고 정상기의 동국지도를 극찬하고 있다. 이런 점으로 보아 정상기의 동국지도는 당시 볼 수 있었던 일반 지도와는 다른 새롭고 정확한 대축척 지도였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