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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바브웨의 빅 트리 바오밥, 12세기 동안 생존 확인
아프리카 짐바브웨에 살고 있는 키 25m의 바오밥 나무 ‘빅 트리’./Dendrochronologia


아프리카 빅토리아 호수 근처 초원에는 길이 25m의 거대한 나무가 있다.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에 나와 유명해진 바오밥 나무이다. 과학자들이 ‘빅 트리(Big Tree)’로 불리는 이 나무의 연대를 정확하게 알아냈다.

루마니아 바베스 볼라야대의 애드리안 파트루트 교수 연구진은 “탄소동위원소 연대측정법으로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바오밥 나무 빅트리의 나이가 1100~1200년임을 알아냈다”고 국제 학술지 ‘식물 연대학(Dendrochronologia)’ 12월호에 밝혔다. 우리나라가 발해와 신라로 갈라졌던 남북국시대에 싹을 틔운 셈이다.


◇탄소동위원소로 나이 확인

바오밥은 아프리카에 2종이 있고, 마다가스카르에 6종, 호주에 1종이 있다. 빅 트리 바오밥은 ‘아단소니아 디지타타(Adansonia digitata)’ 종이다.

지금까지 이 나무의 나이는 1000~2000년 사이로 어림잡았다. 시간 간격이 큰 것은 바오밥 나무의 연대측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나무는 한 해에 하나씩 늘어나는 나이테로 나이를 알 수 있다. 하지만 바오밥 나무는 몇 년씩 나이테가 생기지 않다가 어떤 해에는 여러 개가 한꺼번에 생기기도 한다.

연구진은 탄소동위원소 연대측정법을 이용했다. 탄소는 원자량이 12이다. 질량이 다른 동위원소인 탄소14는 불안정해 시간이 갈수록 방사선을 방출하고 일정하게 줄어든다. 바오밥 나무에서 탄소12와 14의 비율을 알아내면 연대를 측정할 수 있다. 탄소14 비율이 낮으면 낮을수록 오래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빅 트리는 다섯 개의 중심 줄기와 함께 어린 줄기 3개, 헛줄기 1개로 구성돼 있다. 연구진은 줄기 네 곳에서 조직을 채취해 탄소동위원소 비율을 조사했다. 그 결과 빅토리아 호수의 빅 트리는 나이가 1150±50년으로 나왔다. 줄기 8개는 세대가 세 시기로 구분됐다. 가장 어린 세대는 200~250년이었다. 헛줄기 나이는 550년이었다. 가장 오래된 세대에 속하는 줄기는 100년 전부터 성장을 멈춘 상태였다.

탄소동위원소 연대측정은 앞으로 다른 바오밥 나무의 나이를 알아내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기대했다. 살아있는 전설과도 같은 바오밥 나무들의 연대를 측정하는 것은 과거 기후변화의 영향을 알아보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특히 최근 바오밥 나무가 기후변화로 멸종위기에 처해 있어 더욱 의미가 있다.


1891년 처음 촬영된 빅 트리(위)와 1903년 빅 트리의 사진(아래)./Dendrochronologia


◇기후변화로 멸종위기 몰려

파트루트 교수는 지난 2018년 ‘네이처 식물’에 “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바오밥나무 13그루 중 9그루, 가장 큰 바오밥 6그루 중 5그루가 최근 12년 동안 쓰러졌다”고 밝혔다.

2500년 동안 짐바브웨 초원을 지키던 바오밥 나무 ‘판케’는 2010년 쓰러졌다. 2017년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1000년 된 ‘선랜드’ 바오밥이 죽었으며, 2016년에는 보츠와나에서 1400년 된 ‘채프먼’ 바오밥이 쓰러졌다. 키 30.2m, 줄기 둘레 35.1m로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바오밥인 나미비아의 ‘홀붐’도 2012년 줄기 상당 부분이 무너져 내렸다.

바오밥은 우기(雨期)와 건기(乾期)가 뚜렷한 초원지대에 산다. 우기에는 건기에 대비해 충분히 물을 흡수해야 한다. 하지만 온난화로 기온이 높아지고 가뭄이 지속되자 거대한 몸집을 유지할 만큼 물을 흡수하지 못했다. 쓰러진 바오밥은 물의 양이 평소 건강할 때의 절반에 불과했다고 파트루트 교수는 밝혔다.


마다가스카르에 살고 있는 '아단소니아 그란디디에리(Adansonia grandidieri)' 종 바오밥 나무./위키미디어


바오밥이 사라지면 사람과 동물에게도 큰 손해가 된다. 바오밥은 ‘어린 왕자’에서 뿌리로 별에 구멍을 뚫어 버리는 나쁜 식물로 나오지만 정반대이다. 미국 작가 셸 실버스타인의 그림책 제목처럼 ‘아낌없이 주는 나무’이다.

바오밥에는 박쥐와 벌, 새들이 깃들어 살며, 코끼리는 수분이 많은 바오밥 껍질을 벗겨 먹고 건기를 견딘다. 사람들은 바오밥 열매로 주스나 빵을 만들어 먹었다. 나뭇잎을 끓인 물은 약으로 쓰였다. 나무 한가운데 커다란 빈 공간은 사람들이 곡식 창고나 감옥으로 쓰기도 했다. 보츠와나의 채프먼 바오밥은 탐험가들의 편지를 보관하던 최초의 우체국 역할도 맡았다.

미국 우즈홀 해양연구소의 칼 폰 리덴 박사는 2018년 논문 발표 당시 “이번 세기 초반에 갑자기 바오밥들이 죽고 있다는 사실은 나에게 광산의 카나리아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가스 누출을 먼저 감지하고 죽는 카나리아처럼 온난화의 파국을 인류에게 먼저 알리고 바오밥이 죽었다는 것이다. 리덴 박사는 이번 연대측정 논문에도 이름을 올렸다.(조선일보, 2021년 11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