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나 포르쉐처럼 고성능 차에선 종종 휠 사이로 빨간색 브레이크를 보게 된다. 정확히 말하면 브레이크 전체가 빨간색은 아니다. 자동차 브레이크는 보통 캘리퍼, 패드, 디스크로 나뉘는데 흔히 빨간색 브레이크라고 하면 캘리퍼가 빨간색인 경우다.

캘리퍼(Calipers)는 바퀴와 함께 회전하는 디스크를 물어 제동력을 만드는 중요한 부품이다. 보통 외형을 블록이라 부르고 그 안에 유압 피스톤을 품고 있다.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브레이크 호스를 타고 유압이 이곳으로 전달되어 피스톤을 움직이고, 피스톤은 브레이크 패드를 디스크에 밀착시켜 회전운동을 멈추게 한다.

그렇다면 왜 고성능차에 빨간색 캘리퍼를 많이 쓸까? 이 궁금증을 해결하는 실마리는 언제부터 브레이크 캘리퍼에 컬러를 칠했는지에 대해서 아는 것이 순서일게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페라리와 람보르기니, 포르쉐 등이 만드는 고성능 스포츠카의 브레이크 캘리퍼도 블랙이나 실버였다. 캘리퍼는 보통 스틸, 알루미늄 합금, 두랄루민 등의 소재로 만드는 데 이 금속들이 가진 고유의 컬러가 그대로 캘리퍼의 컬러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이런 무채색 캘리퍼에 처음으로 컬러를 입힌 것이 언제인지에 대해선 명확한 근거가 없다. 다만 1994년 데뷔한 페라리 355에 달린 브렘보 캘리퍼가 그 시작점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시 페라리는 355 모델에 옵션(기본은 블랙)으로 빨간색 캘리퍼를 제공했다. 기본형과 차별화된 강렬한 인상을 주려는 조치였다. 브레이크를 공급한 브렘보가 캘리퍼에 빨간색 컬러 파우더를 뿌려 완성했다.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페라리의 고성능과 ‘강렬함’, ‘정렬’ 등의 의미를 품고 있는 빨간색이 시너지를 내면서 ‘고성능 브레이크=빨간색’의 등식이 굳어졌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있기 마련. 이후 브렘보뿐만 아니라 다양한 브레이크 제작사에서도 빨간색 브레이크를 내놓고 있다.

결론을 내리면 브레이크 캘리퍼에 컬러를 입히는 이유는 성능과는 거리가 있다. 빨간색 컬러이기 때문에 고성능이 아니라, 고성능 브레이크를 시각적으로 강력하게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빨간색을 칠하는 것이다. 미적인 의도가 강하며 최근에는 빨간색 이외에 노란색을 입히는 경우도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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