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산림과학원 “日 왕벚나무 원산지는 한라산”
-대부분 ‘일본 꽃’ 인식…한때 ‘배척대상’에 몰려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아름답긴하지만 그냥 일제 잔재 아닌가요?”, “벚꽃이 일본 꽃인 줄 알았어요.”

지난 8일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로 벚꽃 나들이에 나선 시민들에게 벚나무 원산지를 물어본 결과 대부분은 ‘일본’이라고 대답했다. 이날 만난 대부분의 상춘객들은 일본의 꽃이라는 게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흐드러진 벚꽃길이 아름다워 보러나왔다는 말했다. 아름다운 벚꽃을 보면서도 마음 한켠이 무겁다는 반응도 있었다. 우리 국민에게 벚꽃은 아직도 일본의 국화 ‘사쿠라’ 이미지, 일제 시대 왕궁을 비롯한 한반도 곳곳에 강제로 식재한 꽃나무라는 이미지가 강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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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한국의 봄을 장식하는 흐드러진 왕벚나무 원산지는 일본이 아닌 제주도 한라산이라는 학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ㆍ중ㆍ일 3국이 벚꽃의 원산지 공방을 빚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01년 국립산림과학원 조경진 박사팀은 일본이 원산지인 것으로 알려진 왕벚나무의 DNA 지문분석을 수행해 원산지가 제주도라고 밝힌 연구결과가 눈길을 끌고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한라산, 국내 기타지역 그리고 일본의 왕벚나무 DNA를 지문분석한 결과, 한라산에서 자생한 왕벚나무가 일본 왕벚나무 보다 유전변이가 2.5배 크게 나타났고 변이도 다양했다. 연구팀은 이같은 근연관계를 통해 국내에 심어져 있는 왕벚나무와 일본산 왕벚나무 모두가 제주 한라산에서 유래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한국인조차 몰랐던 한국 문화의 뿌리를 밝힌 연구결과지만 벚꽃 원산지가 제주라는 사실은 아직 국민들 사이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결과가 나온 게 17년 전임에도 매년 벚꽃 축제만 즐길 뿐 벚꽃이 한국 자생종이라는 사실은 모르는 사람이 많다.

이같은 오해 때문에 벚꽃축제를 즐기는 이들이 때때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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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지난 30여년 동안 우리나라 국화인 무궁화의 92%가 사라진 것으로 드러나면서 자국 국화는 사라지는데 일본의 국화인 벚꽃만 찾는다는 비판도 나왔다. 산림청 ‘무궁화 식수 및 지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1983년부터 33년간 심은 총 3366만본의 무궁화가 지난 2015년 기준으로 전체의 8%인 298만본 밖에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벚꽃의 뿌리가 한국이라는 사실은 미처 널리 알려지지 못한 반면 벚꽃과 관련한 일본의 흔적은 널리 알려져 있다.

일제 강점기에 한반도 곳곳에 일본의 국화인 벚나무를 심었다는 사실 탓에 벚꽃은 한때 배척대상이 되기도 했다. 일제가 도시 미관을 위해 심은 것이 시초라고 알려진 경남 진해 벚꽃 역시 한때 베어버려야 하는 나무로 인식됐다가 1962년 식물학자들이 진해 벚나무의 원산지는 제주도임을 밝히면서 가까스로 보존할 수 있었다.

이날 벚꽃 원산지가 제주라는 사실을 듣게 된 시민 임설영(31) 씨는 “벚꽃도 우리 역사고 문화인데 부끄러움으로만 배웠던 것 같다”며 “벚꽃의 국적을 오해하게 된 역사적인 배경은 안타깝지만 뿌리가 한국에 있는만큼 거리낌없이 사랑 받는 축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헤럴드경제, 2018년 4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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