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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부터 문체부 장관 명의 표창장과 상장, 방명록 등에 사용된 일반 종이를 전통한지로 대체하기로 하는 등 한지 살리기에 나선 것은, 그만큼 전통 한지가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전통한지는 중국의 전통종이인 선지(宣紙), 일본의 화지(和紙)보다 뛰어난 품질을 인정받고 있는데도 정작 판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유럽에서 찾는 한지

전통한지는 질기고 잘 찢어지지 않으며, 냄새가 향긋하고, 지질이 부드럽다. 또 통풍이 잘되고 여러가지 무늬를 넣어 제작할 수 있으며 물감을 들이기가 쉽다. 닥나무가 주 원료다. 원료와 제조방법에 따라 토착한지, 전통한지, 개량한지, 수록한지, 반자동 기계한지, 기계한지등으로 나뉘고, 지역별로 전주한지, 원주한지, 안동한지, 괴산한지, 문경한지, 가평한지, 의령한지 등이 있다. 전통 문화상품이나 공예 외에도, 친환경 포장재나 인테리어 용품 등으로 응용 가능성이 높다.

우리 전통한지는 세계적으로 품질과 우수성을 이미 인정받은 종이이기도 하다. 문체부에 따르면 2017년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은 화지, 선지를 제치고 ‘기록 유물 복원용 종이’로 우리 전통한지를 채택한 바 있다. 이탈리아 국립기록유산 보존복원 중앙연구소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세 차례에 걸쳐 전통한지 5종에 대해 문화재 보수·복원 용지로 적합하다고 인증하기도 했다. 최근 가온지역발전연구원이 전라북도에 제출한 ‘한지산업 육성 및 지원 기본계획 수립용역’ 용역보고서는 “특히 유럽 등지에서 르네상스 시대 문화재 복원용으로 주로 사용되던 일본의 화지 대신 한지가 주목받고 있는데, 이는 전통한지가 화지에 비해 내구성이 뛰어나기 때문으로, ‘천년 이상을 가는 종이’인 전통한지는 전통적인 외발뜨기 방식으로 제조할 경우 더욱 우수한 품질로 평가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통 한지 제조업체 명맥만 유지 중

하지만 제조업체들의 현실은 딴판이다. 전북 용역보고서 보고서에 따르면, 전북은 조선시대 전국 한지의 약 40%가 생산됐던 지역으로서 전통한지의 대표성과 정통성을 갖고 있는 지역임에도 전통한지 문화가 쇠퇴하고 있다.

보고서는 “천년의 역사를 가진 전북 한지는 최근 값산 중국산 종이(선지)가 국내 시장을 장악하면서 입지를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수요부족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전통문화로서의 한지 제조 업체들도 벼랑 끝에 선 모습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한지 제조업체는 1990년대 64곳에 달했지만 2018년 기준 21곳으로 감소해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이마저도 동한기에 한시적으로 조업하거나 한지 제작 체험을 위한 곳을 다 포함한 것이어서, 실제 운영되는 공장은 10곳 남짓에 불과하다. 

2000년대 초반까지 한지를 찾는 이가 많아 고용인력도 수십명에서 최대 100명 가까운 곳이 여러곳이었지만 현재 수록한지 제조업체의 경우 21개 중 연매출 1억원 이하가 10개 업체, 5000만원 이하가 5개 업체로, 전체 비중이 70%를 넘는다. 그만큼 영세하다는 얘기다. 
          

◆정부·지자체 한지 살리기 첫발

문체부는 전통한지 수요를 창출하고 한지산업의 진흥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중앙정부, 지자체, 업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한지정책협의체를 열었다. 최소한의 공공 수요 창출 차원에서 문체부 장관 명의 표창장과 상장이라도 전통한지를 사용해 달라는 한지업계의 호소도 이때 나왔다.

현재 행정안전부와 전북 전주시와 경기 가평군 정도만 표창장과 상장을 전통한지로 사용하고 있다. 문체부는 전통한지 사용이 일부 기관에서 공공 부문 전체로 한층 더 확산될 수 있도록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에서도 표창장과 상장 제작 시 전통한지를 사용해 줄 것을 협조 요청했다. 방명록, 상장 등 공공 소비물품도 전통한지로 제작해 대사관과 문화원에 보급하고, 지역 한지 축제, 체험프로그램 등 지역한지 수요 활성화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문체부 이진식 문화정책관은 16일 “공공 부문에서 전통한지의 쓰임새를 확산시키고 전통한지의 우수성을 널리 알려 우리의 대표 문화자원이자 전통 산업으로서 활성화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세계일보, 2021년 02월 16일)